본문 바로가기

‘솔로몬의 역설’과 조국 수석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지혜의 표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실패는 학문적 연구대상으로 꼽힌다. 그의 성공은 번성기를 누렸던 외양만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 아이의 진짜 엄마 찾아주기 판결 일화에서 보듯이 그는 출중한 슬기로 나라의 기초 질서를 세웠다. 빼어난 경영 마인드로는 막대한 국부를 쌓았다. 전국을 요새화해 외침의 공포를 차단했다. 탁월한 외교적 수완과 리더십으로 국제 질서까지 다졌다. 이만하면 뭘 더 바랄 게 있을까 싶다. 하지만 강력한 중앙권력과 웅장하고 화려한 왕궁은 실패의 지름길이었다. 위대한 치적이 외려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는 원흉이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솔로몬의 실패 원인을 우상 숭배로 인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지목하지만, 세속에서 보면 자기 문제에 대한 판단력 결.. 더보기
트럼프의 협상 주특기 '정박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교 협상에서도 사업가의 주특기를 영리하게 써 먹는다. 그 가운데 ‘정박효과(anchoring effect)’는 값을 흥정할 때 무시로 등장한다. 부동산 재벌이기도 한 트럼프는 돈 많이 버는 비결을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건축 의뢰를 받으면 언제나 가격에 5000만 달러나 6000만 달러 정도를 더 붙입니다. 고객이 75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면 될 것 같다고 말하면, 나는 1억2500만 달러 정도 들 것이라고 하곤 실제로는 1억 달러에 짓습니다. 치사한 짓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도 사람들은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박효과’는 닻을 내린 배가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맨 처음 제시된 숫자가 기준점 역할을 해 이후의 판단에 .. 더보기
‘지성의 비관·의지의 낙관’ 이탈리아 혁명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투쟁 정신인 ‘지성의 비관, 의지의 낙관’이 지금이야말로 절실해 보인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여전히 접점이 잘 보이지 않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절망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솔리니의 파시즘에 맞서 감옥에서 싸운 그람시는 동생 카를로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나의 지성은 비관주의적이지만 나의 의지는 낙관주의적이란다. 어떤 상황이건 나는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는데 내가 비축해놓은 의지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단다. 나는 절대로 환상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는 일도 없어. 나는 언제나 끝없는 인내심으로 무장되어 있단다. ”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라는 말을 가장 먼저 쓴 사람은 그람시 석방운동에 앞장선 프랑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