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태준의 옛집서 맛본 ‘수필의 진수’ 입력 : 2008-03-07 17:11:58ㅣ수정 : 2008-03-07 17:12:22 번잡한 일상을 뒤로 하고, 풍진과 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땐 이곳을 홀연히 찾아간다. 혼자서도 좋고, 두 셋이서도 괜찮다. ‘시에는 정지용, 소설에는 이태준’이라는 그 한마디로 평가가 끝나는 상허(尙虛) 이태준의 옛집 ‘수연산방(壽硯山房)’이다. 단아한 기품과 약간의 호사를 지닌 전형적인 이 ‘조선 기와집’을 정지용 시인이 질투할 정도였다니 새삼 덧붙일 말이 없겠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직접 집자해 팠다는 문향루(聞香樓)란 현판이 낯익은 듯 반긴다. 1946년 월북하기 전까지 13년 동안 살았던 서울 성북동의 이 고택 중에서도 생시에 글을 썼던 사랑방에 앉아 그가 바라보았을 북악산 자락을 올려다보면 .. 더보기
[여적]운명 교향곡 입력 : 2008-02-29 17:42:43ㅣ수정 : 2008-02-29 17:42:56 생물학에는 ‘발생운명’이란 게 있다. 배(胚)의 각 부역(部域)이 발생적 변화를 거쳐 특정 조직이나 기관으로 분화하는 것을 일컫는다. 예정운명이라고도 하는 발생운명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개체 발생 과정에서 비로소 정해진다. 인간은 곧잘 의지의 힘을 부정하고 체념을 통해 ‘정적주의(靜寂主義)’로 빠져들곤 한다. 능동적인 의지를 최대한 억제하고 초인적인 힘에 전적으로 의지하려는 수동적 사고가 정적주의다. 초인적인 힘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운명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 운명의 힘 속에 신의 섭리와 흡사한 의지의 존재를 믿었다. 여기서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세 여신을 생각해냈다. 탄생.. 더보기
인간성의 생태적 복원 역설 입력 : 2008-02-29 16:55:17ㅣ수정 : 2008-02-29 16:55:29 2004년 3월9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재판이 열렸을 때였다. 송교수는 최후 진술에서 세계적인 석학의 탁월한 비유를 들며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위험사회니 보험사회니 하는 말처럼 위험이 항시적으로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우리들의 감각이 둔화하기 때문에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생태철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은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넣어 조금씩 온도를 높여서 가열하면 이 개구리는 끓는 물 속에서 그만 죽습니다. 그러나 끓는 물에 개구리를 바로 집어넣으면 이 개구리는 펄쩍 뛰어 밖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