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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여류기사 9단 입력 : 2008-01-18 17:53:48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당위성을 홍보하면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한국과 일본 바둑계의 자세를 실례로 든 것은 타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그럴 듯해 보였다.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을 받아들인 한국은 이제 세계 여성 바둑계도 호령하고 있는 반면 반대 여론에 밀린 일본은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는 35세에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여류기사 9단이라는 입신의 경지에 오른 불세출의 철녀(鐵女)이다. 한 국제대회에서 ‘일본 남자 기사들 방에 들어가지 말라’는 훈령을 어긴 루이는 중국 국수전 출전정지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고 고심 끝에 바둑 유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루이는 일본기원 소속으로 기사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일본 바둑계는 .. 더보기
[여적]기밀 누설 입력 : 2008-01-11 18:34:40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 달빛이 교교한 밤이 찾아온다. 이오니아해에 떠있는 요트 위에서 제임스 본드는 본드 걸 멜리나의 가운을 벗기기 시작한다. 멜리나는 본드를 그윽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나지막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인다. “For Your Eyes Only, Darling!” 그리고 나서 두 남녀는 달빛이 은은한 바닷속에서 더없이 달콤한 수영을 만끽한다. 007시리즈 열두 번째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 제목을 직역하면 ‘당신의 눈만을 위하여’다. 당신만 보라는 뜻이다. 본드에게 첫 임무가 주어진 기밀 서류에도 이와 똑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서류의 들머리나 봉투에 이렇게 쓰여 있으면 지정된 수신자가 직접 뜯어 혼자서만 보라는 의미.. 더보기
[책과 삶]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1%의 힘’ 입력 : 2008-01-04 17:39:49 ▲마이크로트렌드…마크 펜·키니 잴리슨/해냄 미국 어린이들이 엄마·아빠를 졸라 외식할 때면 맥도널드 햄버거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먼저 찾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십상이다. 그런 선입견으론 여덟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의 미국 어린이·청소년 가운데 150만명 정도가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에 놀랄 게 틀림없다. 그것도 부모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고기를 거부한다면 쉬이 납득이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국 언론에 등장하는 10대들은 90% 이상이 범죄, 폭력, 학대, 무관심 등 부정적인 낱말과 연관된다. 그중에서도 흑인 청소년은 악(惡)의 동의어나 다름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범적 흑인 청소년들이 몰라보게 늘어났다. 흑인 청소년들은 자원봉사, 투표, 교회 예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