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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흔적 지우기 입력 : 2008-01-04 18:26:10 불가나 도가에선 흔적을 남기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노자는 ‘도덕경’ 도편에서 ‘선행무철적(善行無轍迹)’을 권면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잘 가는 것’이라는 뜻이다. 성철 스님 역시 어떤 흔적도 남기려 애쓰지 말라고 설법했다. 모든 건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일 뿐이라며. 조각 마음의 티끌 같은 흔적이라도 흘리지 말라는 경구다. 흔적은 집착에서 생긴다고 한다. 집착은 분별심에서 비롯된다. 분별이 집착을 낳고, 집착은 흔적을 낳는 셈이다. 이같은 성현들의 충언은 속인들이 흔적 남기기에 애달캐달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인생이 곧 흔적이다. 태어나는 것 자체가 흔적이고, 살아가는 것도 흔적이다. 사랑도 이별도 흔적이다... 더보기
[여적]익명의 미학 입력 : 2007-12-28 17:59:42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익명’은 긍정보다 부정의 상징어로 비중을 시나브로 높여간다. 웹 2.0이라는 선진 인터넷은 한층 급격한 익명의 다중 중심 시대를 예보한다. 익명성의 개념에 관한 진화는 7~8할이 인터넷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제 익명성은 ‘가상’과 ‘가짜’의 구분도 모호하게 만든다. 그러잖아도 도회 문화는 익명의 외로움이 겨울 낙엽보다 더 쓸쓸하고 처량하게 보이는 세태다. 도시의 익명성은 범죄를 촉발하는 주원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영악한 익명의 시대’란 말도 그래서 나온다. 도시 환경은 필연적으로 익명의 타인들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게도 한다. 현대인은 태양의 서커스 ‘퀴담’이 풍유하듯 길모퉁이를 서성.. 더보기
[여적] 따뜻한 시장경제 입력 : 2007-12-21 18:01:17 차가운 학문으로 인식되는 경제학에서 ‘따뜻한 경제학’이라는 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데는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의 공이 지대하다. 아시아에서 첫번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된 인도 출신의 센은 기아와 빈곤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경제학의 틀을 확립하는 데 공헌했다. 노벨상금 전액을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빈민들을 위한 자선단체 설립기금으로 쾌척해 학문적 소신을 실천에 옮기기도 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그의 학문을 ‘따뜻한 경제학’이라고 명명했다. 휴머니스트 의사 노먼 베순의 말도 ‘따뜻한 경제학’의 긴요성을 웅변한다. “부자들의 결핵이 있고, 가난한 사람들의 결핵이 있다. 부자들은 회복되지만 가난뱅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경제학과 병리학은 이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