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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인천대교


천대교 입력 : 2009-10-16 17:58:27수정 : 2009-10-16 17:58:28

다리의 역사는 길의 진화와 호흡을 같이한다. 미국 의사이자 선교사였던 호레이스 알렌은 <조선견문기>에서 1900년 조선의 다리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조선의 다리는 놓았다 떼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장마철이 되면 걷어치운다. 그렇지 않으면 호우에 떠내려간다. 장마철이 되면 누구나 그만한 불편쯤은 각오해야 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다리가 놓여있던 자리에 삯배가 있다. 물이 빠져 배도 띄울 수 없고, 그렇다고 다리도 부설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대체로 징검다리로 건넌다. 이것도 저것도 없을 때엔 바지를 걷어붙이고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이제 10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문명과 문명을 이어주는 장대교량은 더 이상 교통을 위한 고가구조물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인도의 타지마할을 꼽는 이가 많다. 건축물의 분야별로 따지면 ‘다리’라고 대답하는 토목기술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뭇 시인들이 시상을 떠올리는 곳이 다리이고, 숱한 예술과 영화의 소재도 다리이고 보면 그럴 법하다. 다리는 로망스와 판타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파리의 미라보 다리, 퐁네프, 퐁데자르, 매디슨 카운티 다리, 콰이강의 다리, 베니스의 리알토 다리, 보스니아 모스타르의 스타리 모스트….

원나라 때 베이징을 찾은 마르코 폴로에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가 루거우차오(盧溝橋)였다. 훗날 중일전쟁의 비극이 서린 곳이다. 몇 년 전 미국 토목기술자협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다리’에는 시드니 하버 다리,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캐나다 퀘벡교, 영국 포스교, 포르투갈 타구스교, 일본 아카시해협대교와 세토대교, 런던 타워 브리지, 프랑스 미요교에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신 개념 하이웨이 영종대교가 포함됐다. 영종대교는 특히 세계적인 건축잡지 ‘아키텍’이 뽑은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다리’다.

‘바다 위 고속도로’ 인천대교가 4년4개월간의 대역사를 마치고 어제 마침내 개통됐다. 국내 최장·세계 7번째로 긴 또 하나의 랜드마크다. 아름다운 서해 낙조와 어우러진 다리는 한 폭의 수채화다. 반면에 삭막하고 무미건조한 한강대교들과 이와 흡사한 전국의 다리들을 보면 문화 격차를 절감한다. 그저 길고 웅장한 다리가 아니라 미학과 문화가 꿈틀거리는 다리가 그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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