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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청와대 도서목록

입력 : 2008-10-31 17:51:46수정 : 2008-10-31 17:51:47

철학자이자 교육자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편집위원장을 지낸 모티머 애들러는 독서의 수준을 4단계로 나눈다. 애들러가 <독서의 기술>이란 책에서 분류한 4단계는 초급 독서, 점검 독서, 분석 독서, 통합적인 신토피컬 독서 순이다.

초급 독서는 문장과 단어의 뜻을 아는 단계이다. 점검 독서는 어떤 종류의 책이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파악하는 수준이다. 일정한 시간 안에 할당된 분량을 읽도록 주문한다. 골라 읽기나 예비 독서라고 할 수 있겠다. 분석 독서는 피가 되고 살이 될 때까지 철저히 읽어내는 단계다. ‘깊이읽기’라 해도 좋을 듯하다. 신토피컬 독서는 한 주제로 몇 권의 책을 연관지어 읽는 단계다. 비교 독서법이라고도 하는 신토피컬 독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독서 수준이다.

핀란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으로 올라선 것은 국민의 독서 능력 때문이라고 정평이 나 있다.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독해력 국가로 평가받는다. 독해력이란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수준을 넘어선다. 많이 읽되 내용도 깊고 넓게 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핀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개인별 수준에 따라 독서 능력을 배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핀란드는 독서 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독서 장애인’으로 여기며 독서 장애 문제 연구와 실천 프로그램이 가장 활발한 나라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구입한 도서 가운데 <미스터 초밥왕> <신의 물방울> <바벨 2세> 같은 만화책이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도서 구입 목록을 분석한 결과 만화책 외에도 부드러운 읽을거리가 적지 않았다. 비난할 것까지야 없을지 모르지만 청와대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잖아도 가볍다는 평가가 따라다니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와 맞물리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긴 핀란드와는 달리 지하철에서 보는 신문조차 무가지가 대부분인 게 대한민국의 수준이다. 고전을 많이 읽는 하버드대 학생들과 달리 한국 최고 엘리트라는 서울대생들이 소설이나 가벼운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는 통계도 있으니 맥이 통한다고 해야 할까.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야 하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 봐야 하며,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야 한다는 말이 문득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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