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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증권가의 붉은 넥타이

입력 : 2008-10-17 17:54:24수정 : 2008-10-17 17:54:31

넥타이는 오케스트라의 제1 바이올린에 비유되기도 한다. 무대 중앙에 배치돼 사소한 실수라도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제1 바이올린처럼 주목받는 패션이기 때문이다.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잘 맨 넥타이는 인생에 있어 성실성을 보여주는 최초의 행위”라고까지 했다. 이탈리아 작가 알베르토 마라비아도 “인간은 자신의 이상을 개성으로 표현하고 고유한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단 하나의 장식품을 소유한다. 이것이 바로 넥타이다”라고 예찬한다.

3대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으로 꼽히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창시자인 스테파노 리치는 “남자가 아무리 제임스 본드 같은 얼굴에다 완벽하게 차려 입었다고 한들, 넥타이가 웃기면 스타일은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빠진다”고 했다.

넥타이는 남자들에게 이처럼 중요한 의상 코드다. 넥타이 안 매기로 유명했던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이나 볼프강 슈셀 전 오스트리아 총리도 결국 대세에 고집을 꺾었을 정도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는 의원 시절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노타이 차림을 장려했음에도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폼이 나지 않는다며 더위를 감내했다. 빅토르 클리마 전 오스트리아 총리처럼 평생 단 한 개의 빨간 넥타이로 정치 인생을 시작하고 끝낸 사람도 있긴 하다.

정치인들은 대개 푸른색이나 붉은색 넥타이를 선호한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처럼 푸른색을 즐기는 정치인은 활력이 넘치는 인상을 주고 싶어서다. 소속 정당의 상징색 넥타이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흔하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는 푸른색 넥타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붉은색을 주로 맨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한나라당 상징인 파란색을 주로 택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붉은 넥타이에 집착한다. 러시아에선 붉은색이 정의와 순수를 상징한다는 말로 이유를 댄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붉은 넥타이 매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가 상승을 간절하게 기원하는 의미다. 증권시장에서는 빨간색이 상승장세를 뜻하기 때문이다. 붉은 넥타이 착용을 강권하다시피 하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일부에선 넥타이도 모자라 속옷과 펜까지 부적마냥 빨간색일 정도라니 오죽 답답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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