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하면 국정혼란 온다고?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일요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요즘 잠은 잘 잔다’는 요지의 기사 한 줄을 읽고서다. 며칠 전 청와대로 가 박 대통령을 만난 종교 지도자가 전했다는 당초의 워딩은 이랬다. “박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상당히 밝은 표정과 맑은 눈이었다. 그래서 ‘잠은 잘 주무시나 봅니다’고 인사말을 건넸더니 미소를 지으며 ‘잠이 보약이에요’라고 하더라.” 대통령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태평성대인 듯 잠을 잘 잔다니 제정신인가 싶었다. 인터넷판만의 작은 기사지만,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가 곧 정정보도 요청에 나섰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게다. 워딩이 달랐지만, 종교지도자는 “다른 좋은 약보다 사람한텐 잠이 최고인 것 같아요”라는 박 대통령의 말을 “잘 자고 있다는 뜻.. 더보기 진실은 끝내 순실을 이긴다 태블릿 PC 하나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꼭 일주일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카드를 꺼내들자 나라를 걱정하던 국민에겐 당혹감이 홍수처럼 몰려왔다. 야당들도 일순 허를 찔린 표정이 역력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이렇게 개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가 싶었다. 진실은 끝내 묻히고 정의는 권력에 멱살이 잡혀 흐지부지되고 마는 게 아닌가, 가슴이 철렁했던 국민은 나뿐만 아니었으리라. 친박계 사람들은 쾌재를 불렀다. ‘요건 몰랐지’ 하는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비박계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조차 “이 정권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고 했을까.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도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며 의기양양했다. 그들의 내심 환호작약은 10시간을 넘기지 못했.. 더보기 정의가 사라진 대한민국 ‘사상 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다.’ 20세기의 위대한 저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정의론’에서 존 론스가 정의의 위상을 규정한 대목이다. 이는 국가와 사회공동체에서 정의가 얼마나 긴요한지를 보여준다. 인류 최초로 정의론을 세운 플라톤 이래 정의에는 평등과 공정성이 핵심가치였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면 정의는 우리를 평등하게 하리라’는 명언도 그래서 나왔다. 상징물인 ‘정의의 여신상’에서 저울이 다툼을 공평하게 저울질하겠다는 형평성을 표상하고, 칼은 법을 위반했을 때 엄격하게 처벌하겠다는 강제성을 나타내며, 두 눈을 가리는 것은 사적인 감정이나 편견을 갖지 않고 판결을 내리겠다는 공정성을 의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부독재의 굴레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이.. 더보기 이전 1 ··· 67 68 69 70 71 72 73 ··· 2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