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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으로 경계인을 바라보는 조선족 작가 금희 한국 디아스포라 문학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젊은 소설가의 작품 산실은 상상보다 옹색해 보인다.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는 중국 길림(吉林)성 장춘(長春)시 장춘역 부근 중국동포(조선족) 집거구역의 오래된 작은 아파트에서 남편, 고1 아들, 초등학교 4학년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탈북민 다룬 단편 금희 작가는 단편 ‘옥화’를 2014년 봄호에 발표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알려졌다. 이 작품은 이어 아시아출판사의 ‘K 픽션’ 시리즈의 하나로 한?영 대역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한국에 와서 일하는 중국 동포나 탈북민은 이제 한국 소설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소재이지만, 탈북 여성이 남한에 정착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뤄 기존의 서사와 차별화된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동포 작가의 목소리는 그 .. 더보기
루이 16세와 박근혜 “국민이여, 짐은 죄 없이 죽는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쫓겨난 왕 루이 16세는 콩코드 혁명 광장의 단두대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는 단두대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중얼거렸다. “나의 죄를 조작한 사람들을 용서한다…이 땅에 두 번 다시 무고한 피가 뿌려지지 않도록, 신이여, 돌보아주소서.” 1793년 1월 21일, 오전 10시가 지날 즈음이었다. 루이 16세는 그에 앞서 1789년 7월14일 아침잠이 채 깨기 전 바스티유 감옥 함락 소식을 전해 듣고선 “폭동인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최측근인 라 로슈푸코 리앙쿠르 공작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폐하! 혁명입니다.” 왕은 어쩔 수 없이 혁명을 받아들였지만, 마음은 ‘구체제’(앙시앵 레짐)에 머물러 있다가 끝내 기요틴의 이슬로 사라.. 더보기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주군과 비루한 충성 잘못보다 더 나쁜 건 시인하지 않는 오만이다.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도 내가 뭘 그리 큰 잘못을 저질렀느냐는 태도다.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한 원로 인사에게 박 대통령이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라고 반문했다는 전언을 청와대가 부인했지만, 이제 국민은 그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거짓말을 너무 자주, 많이 한 탓이다. 엄청난 잘못이 새로이 불거질 때마다 ‘선의’(善意)로 포장해 오리발을 내미는 꼴이어서 더욱 그렇다. 대통령의 생각을 전하는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여기에다 “인격 살인”이라는 표현까지 써 어안이 벙벙하게 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