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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새누리당 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마치 이사(李斯)의 상소문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읽은 진시황의 심정과 흡사한 듯하다. 홍 후보는 투표일을 사흘 앞두고 바른정당 탈당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고 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의 징계 해제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해 세를 과시했다. 이사의 상소문은 덧셈정치의 표본처럼 회자된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음으로 그 높이를 이룰 수 있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음으로 그 깊이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홍 후보가 바른정당을 떠난 비박계 의원들의 복당과 당원권이 정지된 친박 의원들의 징계 해제를 밀어붙인 명분은 ‘보수 대통합’에 의한 막판 역전승이다. 바른정당 탈당파 회군에 대한 자유한국당 친박계의 거부감과 반발이 만만치 않자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거래가 .. 더보기
구매자 후회와 장미 대선 언제부턴가 ‘투표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자극적인 감정표현이 상례화했다.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들만큼 그런 상념이 두드러진 사례도 드물 것 같다. 물건을 사고 나서 자책하는 ‘구매자 후회’(buyer’s remorse)와 다름없다. 소비자들은 적절하지 않은 상품을 비싸게 산 것을 곧잘 후회하곤 한다. 상당수 구매자들은 판매자에게 설득당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산다. 그것도 직업적인 구매자가 아닌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리에 근거해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유권자 후회’(voter’s remorse)도 충동구매를 한 뒤 한탄하는 구매자 후회와 흡사하다. 성경에 구매자 후회에 관한 첫 기록이 등장한다고 해석하는 종교인도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뱀의 꾐에 넘어간 이브와 아.. 더보기
박근혜 시대 청산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약소민족 망명정부의 비애를 김광균 시인처럼 처연하게 은유한 이는 일찍이 없었다. 김광균은 ‘추일서정’(秋日抒情)에서 낙엽을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에 비견했지만, 패망한 나라의 화폐가 쓸모없이 나뒹구는 신세임을 비감하게 보여준다. 영토와 국민은 강대국에게 앗기고 허울뿐인 주권만 지닌 망명정부의 애상은 떠올리기만 해도 지끈거린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점령당하자 1939년 프랑스 파리에 망명정부를 세운다. 프랑스마저 독일에 항복한 뒤 폴란드 망명정부는 영국 런던으로 옮겨간다. 이 망명정부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폴란드 본토에 소련의 꼭두각시 정부가 수립되자 1990년까지 존속했다. 노동운동가 레흐 바웬사를 중심으로 한, 정통성 있는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폴란드 망명정부는 막을 내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