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매자 후회와 장미 대선 언제부턴가 ‘투표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자극적인 감정표현이 상례화했다.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들만큼 그런 상념이 두드러진 사례도 드물 것 같다. 물건을 사고 나서 자책하는 ‘구매자 후회’(buyer’s remorse)와 다름없다. 소비자들은 적절하지 않은 상품을 비싸게 산 것을 곧잘 후회하곤 한다. 상당수 구매자들은 판매자에게 설득당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산다. 그것도 직업적인 구매자가 아닌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리에 근거해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유권자 후회’(voter’s remorse)도 충동구매를 한 뒤 한탄하는 구매자 후회와 흡사하다. 성경에 구매자 후회에 관한 첫 기록이 등장한다고 해석하는 종교인도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뱀의 꾐에 넘어간 이브와 아.. 더보기
박근혜 시대 청산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약소민족 망명정부의 비애를 김광균 시인처럼 처연하게 은유한 이는 일찍이 없었다. 김광균은 ‘추일서정’(秋日抒情)에서 낙엽을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에 비견했지만, 패망한 나라의 화폐가 쓸모없이 나뒹구는 신세임을 비감하게 보여준다. 영토와 국민은 강대국에게 앗기고 허울뿐인 주권만 지닌 망명정부의 애상은 떠올리기만 해도 지끈거린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점령당하자 1939년 프랑스 파리에 망명정부를 세운다. 프랑스마저 독일에 항복한 뒤 폴란드 망명정부는 영국 런던으로 옮겨간다. 이 망명정부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폴란드 본토에 소련의 꼭두각시 정부가 수립되자 1990년까지 존속했다. 노동운동가 레흐 바웬사를 중심으로 한, 정통성 있는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폴란드 망명정부는 막을 내렸다.. 더보기
일본 교과서에 실린 위안부 합의의 비극 “위대한 나라는 역사를 감추지 않는다. 항상 오점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잡는다.” 누가 한 말 같은가? 진보 역사학자, 아니면 좌파 정치지도자? 놀랍게도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삼은 신보수주의자(네오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명언이다. 부시는 지난해 9월 워싱턴 내셔널 몰에 문을 연 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나란히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박물관은 진실을 위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준다”는 한 마디도 덧붙였다. 흑인역사박물관은 노예 제도와 흑인 차별의 진면목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미국의 치부나 다름없다. 부시의 말은 역사 왜곡에 혈안이 된 일본 정부에 그대로 전해주면 안성맞춤이다. 사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친일·독재의 실상을 윤색하고 아버지 박정희를 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