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죽음이 낳는 정치적 숙제 ‘죽을 때는 괴테처럼.’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았다. 1832년 3월 22일 오후 1시 반쯤, 여든세살이던 괴테는 바이마르에 있는 저택 집필실에서 글을 쓰다가 피곤을 느꼈다. 그러자 지팡이를 짚고선 집필실 옆 작은 침실의 의자에 앉았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오른손으로 허공에다 W자를 그렸다. 곧이어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괴테의 만년 비서이자 절친한 동료였던 요한 페터 에커만은 괴테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남겼다. ‘평안한 기색이 고귀한 얼굴 전면에 깊이 어려 있었다. 시원한 그 이마는 여전히 사색에 잠긴 듯했다.’ 중국 전한시대 역사가 사마천은 죽음에도 무게가 있다고 했다. ‘태산 같은 무게의 죽음이 있는가 하면 기러기 깃털의 무게밖에 안되.. 더보기
낡은 지도로는 새로운 세상을 탐험할 수 없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단연 눈길을 끈 인물은 대만의 오드리 탕 디지털총무정무위원(장관)이었다. 성 소수자인 탕 장관(40)은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대만 디지털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차이잉원 총통 대신 참석한 탕 장관은 화상으로 110개국과 대만의 모범적인 디지털 플랫폼 민주주의 경험을 나눴다. 대만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167개국의 민주주의 상태를 조사해 발표하는 2020년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1위(전년 31위), 아시아 1위에 올랐다. 대만 민주주의의 약진은 탕 장관 덕분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 정치 경력은 물론 공직 분야 경험도 전혀 없는 35세 ‘화이트 해커’ 출신 .. 더보기
‘표준’이 돈·권력·무기인 시대 역사는 표준화 과정이자 표준 쟁탈전이기도 하다. 표준을 만들고 확립하는 자가 권력과 돈을 거머쥐었다. 권력자들은 자연스레 표준에 집착했다. 이제 누구나 표준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표준은 심지어 무의식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표준은 자의적이든 강제적이든 사회적 합의로 이루어진 통일 규격을 의미한다. 표준을 통해 치수·용어·사물·서비스·관행에 이르기까지 의미와 결실이 한결 명료해진다. 모든 나라의 표준어는 국가의 지배와 권력체계를 상징한다. 한국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는다. 경제와 과학기술 역시 표준을 거쳐 발전한다. 근대화의 핵심에 표준화가 있었던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특징인 대량생산체제는 표준화가 낳은 결실이다. 중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