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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지도로는 새로운 세상을 탐험할 수 없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단연 눈길을 끈 인물은 대만의 오드리 탕 디지털총무정무위원(장관)이었다. 성 소수자인 탕 장관(40)은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대만 디지털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차이잉원 총통 대신 참석한 탕 장관은 화상으로 110개국과 대만의 모범적인 디지털 플랫폼 민주주의 경험을 나눴다. 대만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167개국의 민주주의 상태를 조사해 발표하는 2020년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1위(전년 31위), 아시아 1위에 올랐다. 대만 민주주의의 약진은 탕 장관 덕분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 정치 경력은 물론 공직 분야 경험도 전혀 없는 35세 ‘화이트 해커’ 출신 .. 더보기
‘표준’이 돈·권력·무기인 시대 역사는 표준화 과정이자 표준 쟁탈전이기도 하다. 표준을 만들고 확립하는 자가 권력과 돈을 거머쥐었다. 권력자들은 자연스레 표준에 집착했다. 이제 누구나 표준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표준은 심지어 무의식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표준은 자의적이든 강제적이든 사회적 합의로 이루어진 통일 규격을 의미한다. 표준을 통해 치수·용어·사물·서비스·관행에 이르기까지 의미와 결실이 한결 명료해진다. 모든 나라의 표준어는 국가의 지배와 권력체계를 상징한다. 한국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는다. 경제와 과학기술 역시 표준을 거쳐 발전한다. 근대화의 핵심에 표준화가 있었던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특징인 대량생산체제는 표준화가 낳은 결실이다. 중국.. 더보기
로마 황제 자리도 돈으로 샀다지만 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돈으로 샀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19대 로마황제 자리는 오늘날 유권자에 해당하는 1만명의 근위대 병사에게 줄 돈을 더 많이 써낸 후보가 차지한 일이 일어났다. 2세기 무렵 온갖 특권과 돈으로 근위대의 충성을 유지했던 황제들 때문에 근위대는 더없이 부패했다. 세습제가 아닌 로마제국에선 황위에 오른 뒤 근위대에 즉위 하사금을 주는 게 관례였다. 서기 193년 18대 황제 푸블리우스 헬비우스 페르티낙스를 시해한 황실 근위대는 다음 황제 자리 경매 공고문을 벽에 붙였다. 그러자 두 후보가 나섰다. 전임 황제 페르티낙스의 장인 플라비우스 술피키아누스와 전직 집정관이자 부유한 원로원 의원 디디우스 율리아누스였다. 승자는 근위병 1명당 7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6250데나리우스(3억원 상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