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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환자들의 한의사 ‘영등포 100년 한의원’의 풍경은 여느 한의원과 조금 다르다. 실내 구조는 비슷하지만, 환자들이 맞는 침(鍼)이 사뭇 굵다. 얇고 가느다란 침만 보던 이들은 겁먹을 정도다. 이곳은 침술이 독특하다. 북한 전통침술인 ‘대침’, ‘불침’으로 유명하다. 지름 0.5cm 정도의 황금 침도 있다. 평양의 고위간부들이 많이 받던 치료법이라고 한다. 서울 문래동에 있는 이 한의원의 석영환(55) 원장은 남북한 한의사 면허 1호다. 진료실 책장에 꽂혀 있는 ‘고려의학(高麗醫學)’ 같은 북한 책들이 말해 주듯 석 원장의 진료는 ‘고려의학’ (Koryo medicine), 즉 북한식 한방 요법에 따른다. 환자는 대부분 서울 시민이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탈북민과 중국 교포도 많다. 중국 교포들은 식사나 생활습관이 .. 더보기
공정한? 착한? 입지전적? 대통령 차기 대통령 선거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정치지형으로 치러질 것 같다. 정권교체 깃발을 든 야권의 유력 장수들은 현 정부에서 마지막 복무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도전을 선언했거나 조만간 공식 선언할 유력 주자들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크건 작건 재임 중 현 정부에서 핍박받거나 대립한 이미지로 각인된 인물이다. 보수진영의 지지율이 높거나 기대가 큰 유력 주자들이지만, 차근차근 준비한 후보가 아니라 속성과외로 합격증을 받으려는 수험생 같은 모양새여서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세 후보자 모두 자기 분야에서는 상당 수준의 경험과 호의적인 평가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국가 경영의 최고책임자로 충분조건을 갖췄는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 더보기
‘선진국 콤플렉스’를 넘어 코로나 19사태가 낳은 긍정적인 영향의 하나는 한국이 생각보다 괜찮은 나라라는 자긍심을 심어준 것이었다. 선진국이라 일컫는 나라들이 한결같이 인정하고, 우리 국민 스스로도 목격하고 느꼈다. 이 과정에서 오랜 ‘선진국 콤플렉스’를 떨쳐낸 것은 습관적 자기비하와의 결별이기도 하다. KBS가 지난해 코로나 이후 달라진 한국사회의 인식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3.5%가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한국이 기존 선진국보다 더 우수하다는 응답자도 58%에 달한다. 그 1년 전만 해도 응답자 57.4%가 한국은 희망 없는 ‘헬조선’이라고 여긴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한국 언론은 선진국 사례를 소환해 비교하기 바빴다. 정치·사회 시스템 문제가 불거지면 늘 유럽이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