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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도 없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치철학자이자 자유주의자의 한 사람인 이사야 벌린은 레프 톨스토이의 걸작 를 독특한 시각으로 접근한다. 벌린은 톨스토이의 역사관을 이해하지 않고선 를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톨스토이의 역사관을 설명하기 위해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고대 그리스 우화를 빌려온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알고 있다.” 희랍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말이다. 벌린이 쓴 는 여기서 영감을 얻었다. 고슴도치형 인간은 모든 일을 하나의 핵심적 비전으로 조망하려는 비전형이다. 본질적인 것을 보고 나머지는 모두 무시하는 스타일이다. 고슴도치가 몸을 동그랗게 말아 가시뭉치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여우형 인간은 여러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며 세상의 복잡한 면면들을 두.. 더보기
[책과 삶]아직도 청산 못한 ‘일제의 잔재’ 근현대 100년사에 ‘멍에’가 되다 입력 : 2010-06-18 17:35:40ㅣ수정 : 2010-06-18 17:35:47 올해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기념비적 사건이 겹치는 해인 만큼 책동네의 눈길도 자연스레 그곳을 향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기억하고 성찰해야할 만한 중대사건이어서 한해 내내 화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재조명한 역작, 월드컵 축구를 떠올리며 스포츠 민족주의와 일제 식민지 근대를 재발견할 수 있는 수작, 소외됐던 6·25 전쟁미망인 문제를 제기한 노작을 묶어 보았다. 세 책의 저자가 모두 성균관대 교수인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다. ▲지배자의 국가 민중의 나라 서중석 | 돌베개 우리나라 현대 100년사에서 가장 부정적인 역할을 한, 암적인 내부 세력은 무엇이었을까. 거침없이 북한 김일성.. 더보기
월드컵과 축구의 정치학 축구소설이 아니면서도 이처럼 풍성하고 격조 높은 축구지식을 담은 소설이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박현욱의 논쟁적 장편소설 말이다.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가 소설의 주제지만 축구로 시작해 축구로 끝난다. 제목부터 발칙한 는 축구라면 질색하는 사람들조차 축구의 마력에 푹 빠지게 하지 않을까 싶다. 축구와 연애, 결혼, 인생의 공통점을 고비마다 절묘하게 연결고리 짓는 작가의 전개방식이 놀랍다. 책의 들머리를 장식하는, ‘인생 그 자체가 축구장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영국 시인 월터 스콧의 말이 이 소설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작가는 축구의 정치·사회학을 종종 유명인사들의 말로 대변한다. 작가 조지 오웰이 축구를 일컬어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했다면, 토털 사커의 창시자이자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