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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 ‘집’ 어디 사세요?-부동산에 저당잡힌 우리 시대 집 이야기…경향신문 특별취재팀 | 사계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호숫가 오두막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로 지은 집의 전형이다. 그의 집짓기 명세서를 보면 건축비가 불과 28달러 12.5센트밖에 들지 않았다. 당시 인근 하버드대 1년 기숙사비가 30달러였다니 단박에 알 만하다. 14㎡(약 4.2평)의 오두막에는 나무 침대와 의자, 벽난로, 창가의 책상이 전부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 ‘이삭줍기’ 같은 풍경화가 배경으로 깔리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집이 있었기에 화가 밀레가 탄생했을지 모릅니다”라는 카피가 흐른다. “집이 사람을 만듭니다”라는 말로 화룡점정한다. 국내의 한 고급 아파트 광고다. 또 다른 고급 아파트의 .. 더보기
자서전 이야기 삶 자체나 작품보다 솔직담백한 자서전 덕분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인물이 르네상스 예술가 벤베누토 첼리니(1500~71)다. 미켈란젤로의 제자인 그의 자서전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돼 있을 정도다. 기행(奇行)을 일삼은 그의 자서전은 르네상스라는 시대적 상황에 걸맞게 진솔하게 써내려간 문체로 인해 오늘날까지 뛰어난 자서전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첼리니의 자서전을 처음 독일어로 번역한 문호 괴테는 낯 뜨거운 정사 장면들은 아예 빼버렸을 정도다. 이렇듯 자신의 이름에 치명적인 사실도 솔직하고 대담하게 드러낸다. 심지어 적과 경쟁자를 살인한 사실도 숨김없이 기록했다. 괴테는 첼리니야말로 르네상스 정신의 실체를 보여준다고 여겼다. 첼리니는 자서전의 집필 자격을 언급하기도 했다. “상당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 더보기
[책과 삶]변화에 반동하는 보수의 3가지 논리 ▲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앨버트 O 허시먼 | 웅진지식하우스 “복지도 결국 생산과 연결돼야 하는데 과잉복지가 되다보니 일 안하고 술 마시고 알코올 중독이 되곤 한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달 하순 일괄적인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반대의사를 피력할 당시 덧붙인 말이다. 북유럽 복지국가 형태는 역동적인 성장과 낮은 실업률 등 그동안의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글로벌 보수진영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가. 기실 이 정도는 약과다. 신자유주의의 정신적 지주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복지국가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프랑스 혁명 직후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 정신이 공안위원회의 독재로, 나중에는 나폴레옹 독재로 바뀌자 ‘자유를 추구하는 시도는 전제정치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