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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이룬 청렴서약의 역설 전남 순천시는 스스로 ‘팔마(八馬)의 고장’이라고 부른다. 더없이 자긍심 높은 이름이다. 이곳에선 학교, 체육관, 거리, 회사 이름을 비롯해 ‘팔마’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 산악회에도 팔마는 인기 있는 이름이다. 죽도봉공원엔 팔마탑이 서 있고, 승주군청 앞에는 아주 오래된 팔마비가 세워져 있다. 팔마는 청렴의 표상이다. 여기에는 한 청백리에 얽힌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 고려 충렬왕 때의 일이다. 이곳 목민관이었던 승평부사(昇平府使) 최석(崔碩)이 비서랑이 되어 수도 개경으로 돌아갈 때 백성들과 향리들이 고을 관례에 따라 좋은 말 일곱 필을 선물로 주었다. 일종의 전별금이다. 최석은 일곱 필이나 되는 말이 필요 없다고 사양하다 마지못해 받아 이삿짐을 나눠 싣고 왔다. 개경에.. 더보기
공자, 마오쩌둥, 중국공산당 90돌 중국 근·현대사는 공자 수난사로 점철됐다. 중국 역사상 가장 상징적 인물인 공자는 세 번에 걸쳐 집단적 타도대상에 오른다. 모두 근대화 과정에서다. 태평천국, 5·4운동, 문화대혁명이 그 때다. 첫 번째 파도인 태평천국 당시 지도자 홍수전(洪秀全)을 숭앙하는 백성들은 공자를 ‘요마’(妖魔)라고 타매하며 공자 사당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 공자의 목주(위패), 그의 제자 가운데 뛰어난 열 사람인 십철(十哲)의 사당도 보이는 대로 파괴하고 불태웠다. 백성을 탄압하고 나라를 망치는 것이 유교와 부패한 관리들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남녀평등과 농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게 그들의 이상이었다. 중국 현대사의 시발점이 된 5·4운동 때는 ‘공자 상점을 타도하라!’ ‘공자주의를 쳐부수자’가 주요 슬로건 가운데 하나였.. 더보기
아부에도 품격이 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심심풀이로 리처드 스텐걸의 (참솔)이란 책을 읽었다. 단순한 처세서나 자기계발서쯤으로 여긴 것과 달리 꽤 깊이가 있는 아부 문화사다. 미국 시사주간지 의 수석 편집장을 지낸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니 날탕은 아닐 거라고 짐작은 했던 터이다. 지은이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함께 이란 책도 썼기에 더욱 그랬다. 이란 번역판 제목은 낚싯줄에 가깝게 느껴진다. 원제가 이니 말이다. 구체적인 아부 지침까지 주니 전혀 근거 없는 과장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본류는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역사를 뒤지며 아부의 실체를 해부한 것이다. 지은이는 아부를 ‘전략적인 칭찬, 즉 특별한 목적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의 칭찬’이라고 정의한다. ‘아부만큼 효과가 뛰어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