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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북한 나무심기 탈북자들이 남한에 처음 도착해서 가장 놀라는 것은 어딜 가나 푸르른 숲이다. 대남공작 부서에서 상류 생활을 즐기다 탈북한 30대 후반의 남성이 들려준 ‘한국에 와서 놀란 10가지’에 산마다 울창한 나무가 앞순위에 꼽혔다. 도로를 잔뜩 메운 자동차일 법도 하지만 그건 잠깐이다. 자동차와는 달리 숲만들기는 수십 년이 걸려야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가 남한에 와서 가장 인상 깊은 두 가지를 꼽은 것에도 산림녹화가 들어 있었다. 다른 하나는 대학입학시험 때 고등학교 선배들이 대학 정문 앞에서 후배들을 격려하는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실제로 한국은 온 국민이 1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독일·영국·뉴질랜드와 더.. 더보기
신화, 인류 최고(最古)의 철학 | 나카자와 신이치 ‘신화’란 단어를 떠올리면서 이보다 찬란한 수사를 본 적이 없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소설가 이병주가 대하소설 에 풀어놓은 탁월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학문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는 말은 J F 비얼레인의 정의가 아닐까 싶다. ‘신화는 과학의 시초이며, 종교와 철학의 본체이고, 역사 이전의 역사다.’ 일본 최고의 신화인류학자인 지은이가 신화를 ‘인간정신의 종합적 구현’으로 파악한 것은 비얼레인의 정의와 그리 다르지 않다. 신화는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3만년 전부터 쌓아온 지성의 산물이어서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의 역사보다 훨씬 앞선다고 생각한다. ‘인류 최고의 철학으로서의 신화’라는 표현은 사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등록상표다.. 더보기
‘허수아비춤’은 계속된다 새누리당이 두 달 전쯤 경제민주화를 ‘국민과의 약속’에 명시하고 재벌개혁 의지를 내비쳤을 때 ‘허수아비춤’을 다시 떠올렸다.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춤’은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2010년 가을에 나온 소설이지만 지금 이 땅의 재벌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재벌을 둘러싼 비리와 구조적 모순, 정경유착, 권언유착 같은 나신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작가는 무소불위의 경제 권력을 신랄하게 고발하며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건다.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우울했다.(중략) 우리는 세계를 향하여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해 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 이 땅의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