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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인생(1)-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 한국민족미술연구소 2층 연구실의 시간은 80여 년 전에 정지돼 있는 듯 한 느낌을 준다. 대부분 1930년대에 지어졌던 그대로다. 이탈리아 대리석 계단이 그렇고, 타일 바닥, 커튼 장식도 의구하다. 게다가 낡은 탁자와 서가, 누렇게 변색한 고서가 빼곡히 들어찬 서재는 조선의 선비정신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다른 젊은 연구원들과 한 방에서 별 다를 게 없는 책상에 앉아 연구하는 최완수(崔完秀) 연구실장의 고아한 모습은 바로 옛 선비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방문객에게 직접 녹차를 끓여 따라주는 정성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 그는 학(鶴)같은 사람이다. 희다 못해 옅은 쪽빛을 띤 한복 두루마기 차림의 그를 보면 영락없이 학을 연상하게 된다. 단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학은 고고.. 더보기
차기 대권의 정·반·합 변증법 노무현 정부 후반 아이돌그룹 동방신기가 ‘O!정반합’이란 철학적인 제목과 가사의 노래로 한 때를 풍미한 적이 있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사회의 모습이 곧 정반합이며, ‘O’은 원을 상징한다. 이 노래는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단순히 ‘반’을 위한 ‘반’이 아니라 ‘합’을 위한 ‘반’이 돼야 한다는 명제를 내걸었다. 정반합이 헤겔의 변증법 논리에서 따온 것임은 물론이다. 가사도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걸음 물러서 지금 이 시대를 돌아본다면/ 원리도, 원칙도, 절대 진리도 없는 것/ 시대 안의 그대 모습은 언제나 반(反)이었나/ 현실에 없는 이상은 이상형일 뿐 “O”/ 이제 난 두려워, 반대만을 위한 반대/ 끝도 없이 표류하게 되는 걸/ 나 이제 찾는 건, 합(合)을 위한 노.. 더보기
이미지와 환상/다니엘 부어스틴·사계절 가상공간이 현실공간을 지배하고, 만들어진 이미지가 진짜 현실을 압도한지 오래다. 진본보다 모사나 축약이 더 융숭한 대접을 받고, 실물보다 이미지가 내로라하는 시대다. 유권자는 이미지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다. 스타 제조업자가 키워낸 유명 연예인이 막상 역사에 남을 일을 한 영웅보다 한결 더 숭배된다. 사람들은 속는 걸 뻔히 알면서도 광고에 현혹되어 상품을 산다. 영혼의 비타민이 되는 책보다 만들어진 베스트셀러가 더욱 활개를 친다. 이미지에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도 그리 문제를 삼지 않는다. 이렇듯 본말이 전도된 사회현상을 한 역사학자는 이미 50년 전에 간파했다. 미국 의회도서관장을 지낸 역사학자 다니엘 부어스틴은 이미지와 환상이 지배하는 미국 사회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환상이 현실보다 더 진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