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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9)--<과학혁명의 구조> 토머스 쿤 여성해방의 공신은 페미니스트들이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가스레인지, 진공청소기를 발명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때로는 더 솔깃하게 들린다. 4대 가사 발명품 덕분에 여성들이 손일을 몰라보게 덜었음은 물론 남성들이 이를 대신하는 시대를 맞았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단지 상상만 할 수 있었던 현상이다.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가 온 뒤 사람들은 마차나 인력거 시대가 있었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20년 전만 해도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만물박사인 백과사전을 들춰봤다. 이젠 백과사전을 출판해봐야 아무도 사지 않는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돈 한 푼들이지 않고도 무슨 정보든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인식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 더보기
두만강엔 푸른 물이 없다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은 푸르지 않고, 이미륵의 압록강은 오늘도 말없이 한恨)을 껴안고 흐른다. 한반도에서 가장 긴 압록강 2000리, 두 번째로 긴 두만강 1500리를 지난 일주일동안 답사한 소회의 편린이다. “나는 죄인처럼 숙으리고/나는 코끼리처럼 말이 없다/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너의 언덕을 달리는 찻간에/조그마한 자랑도 자유도 없이 앉았다/아무것도 바라볼 수 없다만/너의 가슴은 얼었으리라/그러나/나는 안다/다른 한줄 너의 흐름이 쉬지 않고/바다로 가야 할 곳으로 흘러 내리고 있음을. /…잠들지 말라 우리의 강아/오늘밤도/너의 가슴을 밟는 듯 슬픔이 목마르고/얼음길은 거칠다 길은 멀다/기리 마음의 눈을 덮어줄/검은 날개는 없나냐/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북간도로 간다는 강원도치와 마조 앉은/나는 .. 더보기
외길 인생(2)-매실전도사 홍쌍리 명인 한국인에게 매화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꽃이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선비의 대명사다. 여성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꽃말까지 ‘고결한 마음’과 ‘인내’이다. 자연스레 시와 그림의 단골 소재가 된다. 조선시대 문인 신흠(申欽)의 시는 한국인들이 가장 자주 떠올리는 매화찬가 가운데 하나다. ‘오동나무는 천 년을 묵어도 변함없이 제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 동안 추위의 고통 속에서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매난국죽(梅蘭菊竹)을 일컫는 사군자(四君子) 중에서도 매화가 맨 앞자리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매화는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봄은 섬진강변의 매화에서 시작된다. 봄날 전남 광양시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