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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엔 푸른 물이 없다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은 푸르지 않고, 이미륵의 압록강은 오늘도 말없이 한恨)을 껴안고 흐른다. 한반도에서 가장 긴 압록강 2000리, 두 번째로 긴 두만강 1500리를 지난 일주일동안 답사한 소회의 편린이다. “나는 죄인처럼 숙으리고/나는 코끼리처럼 말이 없다/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너의 언덕을 달리는 찻간에/조그마한 자랑도 자유도 없이 앉았다/아무것도 바라볼 수 없다만/너의 가슴은 얼었으리라/그러나/나는 안다/다른 한줄 너의 흐름이 쉬지 않고/바다로 가야 할 곳으로 흘러 내리고 있음을. /…잠들지 말라 우리의 강아/오늘밤도/너의 가슴을 밟는 듯 슬픔이 목마르고/얼음길은 거칠다 길은 멀다/기리 마음의 눈을 덮어줄/검은 날개는 없나냐/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북간도로 간다는 강원도치와 마조 앉은/나는 .. 더보기
외길 인생(2)-매실전도사 홍쌍리 명인 한국인에게 매화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꽃이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선비의 대명사다. 여성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꽃말까지 ‘고결한 마음’과 ‘인내’이다. 자연스레 시와 그림의 단골 소재가 된다. 조선시대 문인 신흠(申欽)의 시는 한국인들이 가장 자주 떠올리는 매화찬가 가운데 하나다. ‘오동나무는 천 년을 묵어도 변함없이 제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 동안 추위의 고통 속에서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매난국죽(梅蘭菊竹)을 일컫는 사군자(四君子) 중에서도 매화가 맨 앞자리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매화는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봄은 섬진강변의 매화에서 시작된다. 봄날 전남 광양시 다.. 더보기
개미보다 생각 짧은 공직자들 환경건축가 믹 피어스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에어컨 시설이 없는 쇼핑센터를 지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건축주는 에너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같이 주문했다. 짐바브웨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란 피어스는 연평균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아프리카에서 불가능한 아이디어라고 여겨 망설였다. 하지만 그는 고심 끝에 이 주문을 받아들였다. 일교차가 30도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개미집 안에서 끄떡없이 생활하는 아프리카 흰개미의 지혜가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피어스는 흰개미집을 본따 뜨거운 공기를 배출할 수 있는 원리를 이용했다. 10층 건물 옥상에 63개의 통풍 구멍을 뚫었다. 지표 아래도 구멍을 내 찬 공기를 건물로 끌어들이도록 설계했다. 1층엔 공기유입이 쉽도록 여러 개의 출입구를 냈다. 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