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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간판 걸고 ‘과거’ 상품 파는 새 정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금언은 예수가 처음 한 말이어서 한결 무게가 실린다. 이 잠언에는 과학이 담겼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포도주를 양의 가죽으로 만든 부대에 담았다. 이때 낡은 부대에 새 포도주를 오래 담아 두면 발효과정에서 독한 가스가 생겨나 부대가 터져버린다. 오래된 가죽부대 안에 당분이 묻어 가죽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새 가죽부대는 포도주가 발효하는 만큼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좋은 술이 만들어진다. ‘새 부대’는 흔히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 인물과 정신을 상징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나라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도 "나라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청년들과 함께 만든다는 각오로 소통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런 약속과.. 더보기
‘빅블러’와 ‘붉은 여왕’을 동시에 보는 시대 빵집 파리바게뜨에서는 ‘정통 자장면’을 가정간편식으로 판다.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에는 은행보다 많은 돈이 예치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업종과 온라인·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포식한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는 임파서블 버거(식물성 버거)가 출품됐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포털 빅테크기업은 금융업에 손을 뻗쳤다. 이처럼 모든 분야에서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데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빅블러’(경계융화)를 촉매한다. 미국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와 크리스토퍼 메이어는 ‘블러: 연결경제에서의 변화 속도’라는 공저(1999년)에서 혁신적인 기술발전에 따라 기존의 경계가 무너.. 더보기
빈곤은 가난과 다르다 한 작가는 빈곤과 가난의 차이를 흥미롭게 풀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면 빈곤, 끼니만 해결되면 가난이란다. 프랑스 시인이자 철학자인 샤를 페기는 빈곤과 가난이 이웃임이 틀림없지만 서로 다른 땅에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빈곤과 가난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존재한다. 가난한 사람과 빈곤한 사람은 현상적인 차이가 아니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빈곤은 모든 게 비참으로 가득 찬 경계 내부를 전적으로 지배하지만, 가난은 그 너머에서 시작해 일찍 끝이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빈곤과 가난의 경계를 이해하면 수많은 경제적·도덕적·사회적·정치적 문제를 쉽게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가난은 선택할 수 있으나 빈곤은 선택할 수 없다고 한다. 영국 사회학자 피터 타운센드는 빈곤을 ‘사회참여 불능’으로 정의한다. 아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