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도 악마도 디테일에 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 20세기 세계 최고 건축가 가운데 한 사람인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성공 비결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대답이다. 발터 그로피우스, 르 코르뷔지에와 더불어 근대 건축의 개척자로 꼽히는 로에는 볼트와 너트 하나까지 꼼꼼히 챙기는 설계로 명성이 자자했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최고의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도 흡사한 일화를 남겼다. “이 부분을 손 보았고, 저 부분도 약간 다듬었으며, 여여기는 약간 부드럽게 만들어 근육이 잘 드러나게 했습니다. 입 모양에 약간 표정을 살렸고, 갈빗대는 좀 더 힘이 느껴지..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19)--<전쟁론>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저 묘지에서 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저 파괴된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은 누구입니까/검은 바다에서 연기처럼 꺼진 것은 무엇입니까/인간의 내부에서 사멸된 것은 무엇입니까/일년이 끝나고 그 다음에 시작되는 것은 무엇입니까/전쟁이 뺏어간 나의 친우는 어데서 만날 수 있습니까/슬픔 대신에 나에게 죽음을 주시오/인간을 대신하여 세상을 풍설(風雪)로 뒤덮어 주시오/건물과 창백한 묘지 있던 자리에/꽃이 피지 않도록/하루의 일년의 전쟁의 처참한 추억은/검은 신이여/당신의 주제일 것입니다.’ 대표적 모더니스트인 박인환 시인은 ‘검은 신(神)이여’에서 6·25전쟁이 남긴 절망감을 절규하듯 토한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갈파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입증이라도 하듯 전쟁의 검은 신은 지구촌에.. 더보기
더 큰 문제는 인사철학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 추락은 인사 실패에서 비롯됐다. 여론조사 때마다 유권자들은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사람을 잘 못쓰는 것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인사청문회 단계에서 역대 최다 낙마를 기록한 일과 더불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워싱턴 스캔들이 이를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박대통령은 대다수가 기용에 반대한 윤 전대변인의 참담한 말로를 겪고 난 뒤에야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엉뚱한 결과가 나오고 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고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나라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여론주도층은 박 대통령이 흔쾌하게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걸 여전히 미심쩍게 지켜본다. 새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과 대변인 임명부터 시험무대가 될 게 틀림없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