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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4)--<인구론>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인구 과잉이 촉발한 지구촌 위기를 그린 영화와 소설이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계급투쟁을 그렸지만, 한정된 자원 속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정인구를 유지하는 게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신작소설 ‘인페르노’는 주인공인 유전공학자 조브리스트의 입을 빌려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하는 진짜 질병은 인구 과잉”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영화와 소설은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의 문제작 ‘인구론’(원제 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설국열차’는 열차의 주인 윌포드의 입을 통해 맬서스의 음울한 디스토피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자원이 제한된 열차 안에.. 더보기
정권의 품격 얼마 전 핀란드 방문 후 내놓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문은 여러 면에서 씁쓰레했다. 그 가운데 핀란드와 한국의 정치상황을 비교한 부분은 ‘적반하장’(賊反荷杖) ‘객반위주’(客反爲主) 같은 사자성어들을 떠올리게 한다. “핀란드 방문 기회에 핀란드 국회의장으로부터 여야 합동으로 미래위원회를 구성해 30년 후 국가 미래를 논의한다는 말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 정 총리의 담화는 야당을 겨냥한 훈계로 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대목은 정 총리 자신을 포함해 정부와 새누리당에게 돌아가야 할 회초리다. 국가의 미래를 소홀히 한 채 30~4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건 바로 자신들이어서다. 핀란드 출신 방송인이자 번역가인 따루 살미넨 씨의 촌철살인 한마디가 이를 잘 방증한다. ‘미녀들의 수다’란 .. 더보기
진실의 여러 얼굴 진실은 하나지만 나타날 땐 여러 얼굴을 지니곤 한다. 약간 화장하는 정도를 넘어 가면을 쓴 얼굴을 드러낼 때도 없지 않다.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불교 법화경은 이를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는 말로 가르친다. 같은 물을 두고 하늘에 사는 천인(天人)은 보석으로 장식된 연못으로 보고, 인간은 그냥 물로 보며, 아귀는 피고름으로 보고, 물고기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여긴다는 뜻이다. 전설적인 일본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걸작 ‘라쇼몽’(羅生門)도 똑같은 사건을 4개의 다른 시선으로 ‘진실의 여러 얼굴’을 보여준다. 1950년 흑백으로 처음 제작된 뒤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된 ‘라쇼몽’의 플롯은 단순하다. 사무라이가 말을 타고 아내와 함께 녹음이 우거진 숲속을 지나간다. 그늘에서 낮잠을 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