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1)-<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닉, 자네 책일세! 방금 뉘른베르크에서 도착했어. 완성되었네!” 그러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아주 느리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손은 거의 느낄 수 없는 힘으로 책을 지그시 눌렀다. 그는 몹시 애쓰는 목소리로 말했다. “완성되었군!”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열락(悅樂)의 빛이 창백하고 야윈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완-성-되었어!” 그는 들릴듯말듯한 소리로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했다. 얼마 후 그의 머리가 갑자기 홱 떨어졌다. “돌아가셨습니다.” 방안의 누군가가 조용히 말했다. “죽다니? 아니야, 코페르니쿠스 같은 사람이 죽을 수는 없어! 그는 이 책 속에서 살아 있어!”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데이바 소벨, 웅진지식하우스) 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폴란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는 과학혁명의 .. 더보기 '작은 영웅들의 전당’을 세우자 살만한 세상은 정치 지도자나 고관대작들이 아니라 평소엔 드러나지 않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만든다는 게 세월호 참사에서도 명징해졌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 게,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라고 말했던 아르바이트 승무원 박지영 씨. 결혼을 앞두고서도 자신들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승객들의 탈출을 도운 동갑내기 커플 김기웅·정현선 씨.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아들 학비 내라.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라고 했던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 씨. 더 많은 제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남윤철·최혜정 교사를 비롯한 단원고 선생님들.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 숨진 정차웅 군. 이 작은 영웅들의 고귀한 희생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군상(群像)은 염치와 책임을 바닷물에 던져버린 이들이다...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0)--<이중나선> 제임스 왓슨 “우리가 생명의 신비를 밝혀냈소! 드디어 해냈단 말이오.” 1953년 겨울 끝자락인 2월 21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 연구소 근처 이글 식당에 단골 청년이 들어서자마자 들뜬 얼굴로 이렇게 외쳤다. 뒤따라 들어온 다른 청년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두 사람이 함께 발견한 사실이 중대하기 이를 데 없어 함부로 떠들어대면 위험부담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흥분한 청년은 서른일곱 살의 영국 분자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이고, 멀뚱멀뚱했던 청년은 갓 스물다섯 살의 미국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이었다. 이들이 바로 20세기 최고의 과학적 발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 이중나선 구조를 규명한 학자다. 이 발견은 물리학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버금가는 생물학의 .. 더보기 이전 1 ··· 100 101 102 103 104 105 106 ··· 29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