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강자의 편에 서 있는 인권 입력 : 2008-12-05 17:44:50ㅣ수정 : 2008-12-05 17:44:58 1948년 12월10일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유엔총회장은 또 하나의 역사적인 과업으로 들떠 있었다. 숭엄한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되는 순간이었다. 세계인권선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잔혹한 만행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갈망하는 전 세계인의 간절한 소원이 담겼다. 그런 세계인권선언문이 ‘세계 최고의 기밀서류’란 별명을 지녔던 것은 아이러니다. 이 선언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그 사본을 본 사람은 더욱 드물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계인권선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장전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 선언문은 몇 가지 이유에서 뜻깊다. 이 선언문은 사상 처음 모.. 더보기
[책과 삶]뒤죽박죽 내 뇌는 입력 : 2008-11-28 17:32:04ㅣ수정 : 2008-11-28 17:32:07 클루지…개리 마커스 | 갤리온 살빼기 전쟁을 벌이면서도 밤참으로 라면을 먹고 있는 걸 보면 참지 못해 한 젓가락만 달라고 졸라댄다. 담배가 몸에 해로운 줄 알지만 끊지 못한다. 시간 낭비일 뿐 도움이 되지 않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소파에 누워 심심풀이로 본다. 마감시간이 며칠 남아 있으면 미루고 미루다가 임박해서야 부산을 떤다. 이런 게 사람이다. 멍청한 짓을 하면서 그것이 멍청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이런 것은 또 어떤가. 봉건제도, 십자군전쟁, 노예제도, 공산주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탈레반 정권 등을 뼈저리게 겪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제가 불완전했지만 도덕적으로 정당했고 대안체제보다 .. 더보기
[여적]오바마 경제팀 입력 : 2008-11-28 18:05:17ㅣ수정 : 2008-11-28 18:05:28 미국 연방정부의 주축은 독립국가 탄생 이후 변함없이 국무, 재무, 법무, 국방부 4대 부처다. 미국 대통령 유고시 승계서열도 상원의장 겸임인 부통령, 하원의장, 상원의장 대행 다음으로 이 4대 부처 장관이 뒤를 잇는다. 초대 조지 워싱턴 행정부는 이들 4개 부처로만 출범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름이 바뀐 국방부가 그 전까지 전쟁부였다는 점만 다르다. 이들 4개 부는 지금도 핵심부처로 장·차관 외에 부장관을 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4개 부처는 각기 수사권이 있는 독립 정보기관을 갖고 있을 정도다. 국무부에는 정보조사국(INR), 재무부에는 주류·담배·화기폭발물 관리국(AFT), 법무부엔 연방수사국(FBI), 국.. 더보기
문명이 파라다이스인가 입력 : 2008-11-28 17:34:48ㅣ수정 : 2008-11-28 17:34:56 “슬픈 열대는 우리의 문명을 돌이켜 비춰주는 슬픈 자화상과 같다. 탐욕의 세상, 물질적 풍요의 세상이 결국 인류를 불행으로 몰아가는 비극적 파라다이스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슬픈 열대’란 이름의 국내 사진가 모임이 낸 두 번째 작품집 에 나오는 구절이다. 열명으로 이루어진 ‘슬픈 열대’ 모임은 프랑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의 명저 제목이자 세상 읽기의 방식을 빌려온 것이다. ‘모든 사진은 해석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바라본 세상은 카메라 너머의 슬픈 운명적 자화상과 교감한다. ‘슬픈 열대’는 존재와 삶의 뒷면을 통찰하고 물질문명의 세계에서 만인이 잃어버리고 사는 슬픈.. 더보기
[책과 삶]‘재난은 멋진 기회’ 한 몫 챙기는 기업들 입력 : 2008-11-21 16:55:59ㅣ수정 : 2008-11-21 17:36:44 ▲쇼크 독트린…나오미 클라인 | 살림출판사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고문기법 전수자가 된 심리학자 이웬 카메론은 기억을 지워버린 뒤 백지상태에서 인성을 개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칠판’에서 힌트를 얻은 걸까. 카메론은 1950년대 CIA 후원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병원에서 심리치료 환자들에게 잔인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정신질환자의 두뇌에 충격을 가해 인성을 바꿔보는 실험을 하면서 기억상실증을 비롯한 치명적인 부작용만 낳았다. 하지만 카메론의 쇼크 요법은 역설적이게도 당대에 미국의 고문기법을 주도적으로 발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의 실험은 극약처방만이 왜곡된.. 더보기
[여적]레인메이커 입력 : 2008-11-21 17:50:19ㅣ수정 : 2008-11-21 17:50:25 백인들이 점령하기 전 북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서는 지독한 가뭄이 찾아오면 곡식을 가꾸고 목축을 하며 평화롭게 지내던 부족들은 손에 무기를 든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바닥을 드러내는 웅덩이와 샘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다. 가뭄에다 싸움으로 이중 고통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으면 어디선가 홀연히 단비를 내리게 하는 ‘레인메이커’가 나타난다. 레인메이커는 간절한 기도로 비를 내려 샘에 물을 가득 채운다. 다투던 부족들은 자연스레 무기를 놓고 화해하며 생업으로 돌아간다. 실제로는 비를 내리게 하는 주술사나 기우사(祈雨師)가 레인메이커다. 살인적인 가뭄으로 유명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부 칼라하리 사막 지역에는 조금 다.. 더보기
한옥, 다시 사랑받을까 입력 : 2008-11-21 17:42:41ㅣ수정 : 2008-11-21 17:42:43 어언 40년째 한옥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는 이론적으로 완전 무장한 한옥 전도사다. 서울 동소문동의 80년 넘은 전통 한옥에서만 35년째 산다. 그는 1968년 평화봉사단원으로 강릉의 조선시대 고택 선교장(船橋莊)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한옥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한국에 눌러앉은 것도 한옥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에게 전통 한옥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자연 속에 녹아 든 전통미와 사방이 열려 있는 동양적 여백미를 갖춘 예술품이다. 그의 한옥예찬은 비교건축론으로 기를 죽인다. “중국 전통 건축물은 ‘나는 이렇게 부자고 힘이 세다’는 오만한 느낌을 준다. 일본 전통 건축물은 너무 깔끔해서 정이 가지 않는.. 더보기
[여적]사냥개 논쟁 입력 : 2008-11-14 18:01:25ㅣ수정 : 2008-11-14 18:01:27 사냥에는 첫째가 개이고 둘째가 다리이며 셋째가 총이라는 말이 있다. 사냥에서 차지하는 개의 역할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요약한 것도 없다. 우리 사냥개는 명민하기로 소문이 나 중국의 황제가 선물로 요청한 적이 있을 정도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얘기다. 그럴지니 중국 사신들이 우리 개를 너나 없이 탐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태종 때는 세자가 5명의 사신에게 개 한 마리씩 하사했음에도 만족하지 않자 임금이 이튿날 두 마리씩 더 주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신라시대에는 금 2000냥에 맞먹을 만큼 대접받은 사냥개가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영리하고 충직한 사냥개가 동서와 고금을 뛰어넘어 곧잘 정치 무대의 주안상에 오르는 .. 더보기
장자의 꿈과 사이버세계 입력 : 2008-11-14 17:27:14ㅣ수정 : 2008-11-14 17:27:29 ‘아바타’라는 말이 대중화한 결정적 계기는 1992년 첫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다. 이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나라 ‘메타버스’에 들어가려면 누구나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 활동을 해야 한다. 가상사회는 이 소설이 나온 뒤부터 웹상에서 몰라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분신·화신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avataara’에서 유래한 ‘아바타’는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아바타’는 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가상현실게임, 웹 채팅 등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 아이콘을 나타내게 됐다. 는 너무나 빨리 변하는 과학 현실에서 매력이 반감된 소설일지 모르나 2005년 .. 더보기
[여적]킹 목사의 꿈 입력 : 2008-11-07 18:03:27ㅣ수정 : 2008-11-07 18:03:30 1950년 일본 미야자키 현 동해안의 무인도 고지마에 일본원숭이가 집단서식하고 있었다.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학자들은 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길들이기에 성공했다. 먹이는 밭에서 자란 흙투성이 고구마였다. 어느 날부터 한 원숭이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먹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원숭이들이 따라했다. 고구마가 흙이 씹히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무리의 반 수 이상이 씻어 먹기에 이르렀다. 원숭이들은 강물이 마르게 되자 바닷가에 나가 고구마를 씻어 짭짤한 맛까지 즐겼다. 이 같은 집단 행위는 놀랍게도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카자키 산에 서식하던 원숭이 무리에서도 관찰됐다. 두 곳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