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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주의는 필요악이 아니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행태는 태생적 숙명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선정주의’(Sensationalism),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의 역사가 19세기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실제로는 세계 최초의 신문으로 공인받는 17세기 초의 독일 ‘아비조’(Aviso)에서도 그 싹을 발견할 수 있다니 말이다. 미국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언론상의 제정자가 본격적인 선정주의의 원조라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퓰리처상을 만든 조지프 퓰리처는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다”란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런 퓰리처가 신문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발상을 처음으로 해내고, 신문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와 흥미본위의 선정보도 경쟁을 벌여 오늘날의 언론 상업주의를 정착시켰다. 퓰.. 더보기
후안무치한 조작공화국 악명 높은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에서 더욱 악랄한 대목은 증거날조 사실이 들통 나자 ‘애국적 조작’이라고 강변하는 순간이다. 유대인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가 간첩·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받도록 증거를 조작한 수사책임자 위베르 앙리 중령은 진실을 털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로지 조국을 위해 그 일(조작)을 했습니다.” 우익보수단체 악시옹 프랑세즈 대표였던 시인 샤를 모라스는 증거서류 날조가 판명되자 “애국적 위조”라고 찬양했다. 기시감이 드는 박근혜 정권의 조작 행위는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끊일 줄 모르고 속살이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증거조작이 탄로났지만, 반성의 낯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련자의 변명도 드레퓌스 사건과 판박이다. 국정원 협력자는.. 더보기
영화 ‘남한산성’에 담긴 국가안보 메시지 영화 ‘남한산성’에서 가장 처연한 장면은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하면서 굴욕적인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올리는 순간보다 막다른 상황에 처해서도 신하들을 거느리고 명나라 수도 북경을 향해 절을 올리는 ‘망궐례’(望闕禮)가 아닌가 싶다. 명나라 누구 하나 그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음에도 그랬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망궐례 격식을 둘러싸고 신료들이 난상토론을 벌인 뒤 임금과 소현세자 부자가 예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황제 생일과 설날 같은 때 행하는 망궐례는 뼛속 깊은 모화(慕華)사상과 사대주의를 표징한다. 임진왜란으로 망할 뻔한 나라를 명나라가 구원군을 보내 살려준 ‘재조지은’(再造之恩)을 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듬뿍 담겼다. 청나라가 침략한 병자호란 때는 명나라가 조선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