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코아비타시옹 1997-06-03 변화에 대한 인간심리는 언제나 양면성을 지닌다. 상당수의 산업심리학자들은 「인간성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걸 통설로 내세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창조물 가운데 인간만큼 새 것을 좋아하는 동물은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 연합이 집권 우파를 꺾고 승리를 거머쥔 것은 변화를 갈구하는 유권자 심리의 산물이다. 결국 제5공화국 들어 세번째의 코아비타시옹(좌우 동거 정부)이 불가피해졌다.지난 86년 우파의 총리로 입각해 집권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을 견제했던 시라크 대통령이 이번에는 형편이 뒤바뀌었다. 사회당소속 총리가 될 리오넬 조스팽 제1서기(당수)의 견제를 받게 된 것이다. 돌고 도는 역사의 아이러니로만 표현하기엔 부족한 느낌을 준다. 「변하면 변할수록 옛 .. 더보기 [여적] 영국 재상의 근검 1997-05-08 영국왕이었던 헨리 3세는 국민들의 근검절약을 위해 「검소령」이란 걸 내린 적이 있다. 이 검소령의 뼈대는 의상에 황금이나 보석을 달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처음엔 왕의 말발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 왕은 궁리끝에 「매춘부나 도둑놈은 이 법령을 지키지 않아도 좋다」는 단서를 붙여 다시 공포했다. 그러자 다음 날부터 보석과 황금이 런던시민들의 치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얼마뒤 왕이 프랑스왕족의 딸을 왕비로 맞이하게 됐다. 영국법령을 알 리 없는 왕비는 갖가지 보석으로 몸단장을 하고 궁전에 나타났다. 헨리 3세는 자신이 공포한 법령을 설명했으나 왕비는 말을 듣지 않았다. 왕은 그 다음날 당장 검소령을 폐지하고 말았다. 왕비부터 법령을 지키지 않아 「매춘부」가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그.. 더보기 [여적] 충성 맹세 1997-04-25 『미아리의 공동묘지는 자연이 인간을 사멸하게 한 것이며, 동작동의 국군묘지는 인간의 역사, 말하자면 인간 그것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은 흔적으로 남아있다. …자연이 일으키는 사건 그것의 책임은 신이 져야한다. 그러나 역사가 저질러놓은 이 현실의 모든 사고는 인간이 져야만 할 책임이다』. 이어령씨가 쓴 「통금시대의 문학」 가운데 한 대목이다.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크고 작은 전쟁이 꼬리를 물고있다. 나름대로 명분이 있지만 뜻없이 사람만 죽고 다친 것 또한 없지 않다. 1853년 터키와 러시아, 그리고 몇나라가 뒤엉켰던 크림전쟁이 그 본보기다. 전쟁은 2년5개월이나 계속됐지만 의미없는 살상만 되풀이 됐을 뿐이었다. 때문에 뒷날 적십자운동의 계기가 됐다거나, 톨스토이가 종군해 「세바스토폴이.. 더보기 이전 1 ··· 280 281 282 283 284 2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