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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정직’이 낳는 지도자의 위기 네덜란드 국민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은 남달리 자화상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캔버스에 그린 것만 50~60점, 종이 판화 데생까지 더하면 100여점에 달한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숫자나 작품성보다 정직성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자화상의 교과서’로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실 그의 외모는 잘생긴 게 아니다. 렘브란트가 20대 때 그린 ‘황금 고리줄을 두른 자화상’에는 젊음의 패기와 자신감이 넘쳐난다. 이와 달리 말년의 자화상들은 초라한 노인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모든 것을 잃고 희망마저 포기한 듯한 얼굴은 안쓰럽다. 한 미술평론가는 렘브란트가 쉰네 살 때 그린 ‘이젤 앞에서의 자화상’을 보고 ‘무자비할 정도로 너무나 무정한 기록’이라고 평했다. ‘예술은 거짓이다’라고 했던 철.. 더보기
‘미래’ 간판 걸고 ‘과거’ 상품 파는 새 정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금언은 예수가 처음 한 말이어서 한결 무게가 실린다. 이 잠언에는 과학이 담겼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포도주를 양의 가죽으로 만든 부대에 담았다. 이때 낡은 부대에 새 포도주를 오래 담아 두면 발효과정에서 독한 가스가 생겨나 부대가 터져버린다. 오래된 가죽부대 안에 당분이 묻어 가죽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새 가죽부대는 포도주가 발효하는 만큼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좋은 술이 만들어진다. ‘새 부대’는 흔히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 인물과 정신을 상징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나라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도 "나라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청년들과 함께 만든다는 각오로 소통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런 약속과.. 더보기
‘빅블러’와 ‘붉은 여왕’을 동시에 보는 시대 빵집 파리바게뜨에서는 ‘정통 자장면’을 가정간편식으로 판다.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에는 은행보다 많은 돈이 예치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업종과 온라인·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포식한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는 임파서블 버거(식물성 버거)가 출품됐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포털 빅테크기업은 금융업에 손을 뻗쳤다. 이처럼 모든 분야에서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데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빅블러’(경계융화)를 촉매한다. 미국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와 크리스토퍼 메이어는 ‘블러: 연결경제에서의 변화 속도’라는 공저(1999년)에서 혁신적인 기술발전에 따라 기존의 경계가 무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