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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영업손실 위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현직 시절 독도 방문은 긁어 부스럼을 만든 외교실책으로 남았다. 그는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처음 독도땅을 밟았으나 외교적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2012년 광복절을 닷새 앞두고 느닷없이 독도에 간 이 전 대통령은 독도수호 의지를 강렬하게 드러냈다.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겨온 일본이 총리까지 나서 반발한 것쯤이야 예상대로였지만, 한국 내부의 반응은 "실익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라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컸다. 추락한 지지율을 올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독도 방문이 끈질기게 분쟁지역화를 노리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일관계가 더 나빠진 것은 물론 한국이 실익을 챙기지도 못했다. 일본의 한국제품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대다수 일본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 방송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의 독도 관련 정책 기조는 전략적으로 조용한 외교였다.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시끄러운 외교를 만들어 일본이 원하는 대로 할 까닭이 없어서다. 역대 대통령들이라고 독도를 방문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한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토를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다른 나라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설명은 그래서 아마추어 외교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러시아와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국익을 늘리기는커녕 영업손실을 불러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산다.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있을 경우라는 가정에 기반한 원론적인 대답이었다고는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은 윤 대통령 발언에 러시아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는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지난 30년간 건설적으로 발전해온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를 망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한술 더 떠 대북한 군사지원 카드까지 내비쳤다.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북한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그것 못지않게 러시아에 있는 우리 교민과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불안감이 더 큰 숙제다. 지금까지 러시아가 직접적인 보복조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 가능성은 고조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러시아가 지난 1년 동안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이후 러시아에 진출한 160여개 한국 기업들의 운명이 불안하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 같은 대기업들의 어려움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민감한 발언을 외신 인터뷰로 굳이 해야 했는지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대통령실은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대답"이라고 다시 한번 해명했으나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받아들이는 쪽의 생각이다.


 윤 대통령이 밝힌 "국제 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대만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발언 역시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협박까지 불러왔다. 중국의 거친 대응은 나라 관계의 예의가 아니지만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예상된 분란을 자초해야 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에 저자세 외교를 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가뜩이나 중국과의 경제·무역 관계가 최악인 상황이어서 최선의 국익을 생각하는 지혜가 긴요하다.

                                                                                       

                                                                                         

 대중 교역이 여전히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으로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본 사실을 억울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지난 주말 수십개 주식 종목토론방에서는 윤 대통령을 성토하는 발언이 쏟아졌다고 한다. 주주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난 것은 윤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 이후 중국 관련주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부가 "중국 국격을 의심케 한다"는 강도 높은 성명까지 내놓자 한중 관계가 요단강을 건넜다는 공포가 증폭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불필요한 적을 만드는 뺄셈 외교를 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국빈 방문했다가 난데없이 이란을 적으로 만든 것도 윤 대통령의 입 때문이다. 당시 아크부대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했다. 이란이 반발하는 바람에 우리 외교당국이 수습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대외교역이 주요 성장동력인 한국은 어떤 국가와도 관계를 손상하지 않도록 하는 게 국익의 원천이다. 국익의 파이를 키우기는커녕 외려 경제 리스크를 초래한다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는 명함이 무색해지지 않겠는가. 윤 대통령에게는 플러스 요인을 늘리는 것보다 마이너스 요인을 줄이는 외교가 더 절실해 보인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