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9-04 18:04:12ㅣ수정 : 2009-09-04 18:04:13
사자와 호랑이는 심심하면 호사가들의 비교 대상이 되곤 한다. 주로 ‘백수(百獸)의 제왕’과 ‘밀림의 왕자’ 중 누가 힘이 더 셀까에 관심이 쏠린다. 두 동물은 같은 고양잇과에 속해 생태 특성이나 생리해부학적으로 닮은 점이 많지만 대조적인 것도 숱하다. 체격은 호랑이가 크고 더 무거우나 키는 사자가 더 크고 늘씬하다. 잔인성과 공격력에서는 호랑이가 한걸음 앞선다. 사자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호랑이가 평균시속 45~50㎞인 것에 비해 사자는 시속 65㎞를 너끈히 유지한다. 먹잇감을 20m가량 전방에 두고 급작스레 전속력으로 내달려 앞발과 송곳니로 쓰러뜨린다. 사자는 사람 18명이 들지 못하는 물소의 사체를 머리로 쳐들어 15m 끌고 갔다는 기록이 있다. 호랑이는 먹이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숨어서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4~5m를 점프해 단숨에 목덜미를 물어 넘어뜨리는 야성을 과시한다.
둘의 기질도 상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호랑이가 물에서도 즐겨 노는 것과 달리 사자는 물을 꺼리는 편이다. 호랑이는 물속에서도 공격력이 단연 빛나며, 머리만 내놓고 헤엄을 치는 실력은 육지동물 가운데 으뜸이다. 사자가 더위에 강하다면 호랑이는 영하 30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워 누가 이기는지 정답은 없는 듯하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사자가 권력 투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대형 맹수와의 싸움에 더 익숙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호랑이는 가급적 싸움을 피하는 쪽이다. 다치기라도 하는 날엔 사냥을 못해 굶어 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두뇌는 어느 쪽이 나을까. 여태까지 학계에서는 무리 동물인 사자가 혼자 사는 호랑이보다 더 똑똑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무리를 지어 함께 사는 사회성 동물들은 상호 소통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똑똑해진다는 이른바 ‘사회성 동물의 뇌 발달 이론’이 뒷받침한다.
이와는 달리 최근 옥스퍼드대 동물학 연구팀이 호랑이가 사자보다 두개골 용적이 커 지능이 더 뛰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인들은 상징성이 큰 호랑이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 추세는 독불장군 호랑이보다 집단지성을 선호하는 사자가 되라고 권면한다. 지능지수가 높다고 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니며, 팀워크가 강조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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