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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과 꼭 닮은 음울한 지구촌 꼭 100년 전인 1922년 하버드대 두 동창생의 기념비적인 시와 저작이 나와 세상의 눈길을 끌었다. T.S. 엘리엇의 장편시 ‘황무지’와 월터 리프먼의 ‘여론’이 그것이다. 시대상황을 대변하는 두 작품 모두 지금 현실에 대입해도 맞아떨어진다. ‘황무지’의 유명한 첫 구절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은 100년이 지난 우리에게 그대로 다가와있다. 황무지는 1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1차세계대전과 곧이어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 팬데믹이 초래한 서구 문명의 절망을 은유적으로 절규한다. 3년 차에 접어든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지구촌을 100년 전과 다름없는 황무지로 이끌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은 팬데믹에 전쟁까지 겹친 지금 "중세가 다시 도래.. 더보기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정치 ‘괴로운 사람은 편안하게, 편안한 사람은 괴롭게’(Comfort the afflicted and afflict the comfortable). 미국 언론계의 유명한 격률 가운데 하나다. 19세기 말 시카고의 언론인이자 유머작가인 핀리 피터 던(1867~1936)이 가상인물 ‘미스터 둘리’의 이름을 빌려 ‘신문의 임무’를 이렇게 규정했다. 이 말은 언론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실천적 잠언으로 여긴다. 기자·가톨릭 여성운동가였던 도로시 데이(1897~1980)는 이 말을 평생 실천에 옮긴 것으로 명성이 높다. 노트르담대학교는 데이에게 레테르 훈장을 수여하면서 "일생 동안 괴로운 사람은 편안하게 해주고 편안한 사람은 괴롭게 했다"라고 칭송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잠언을 철학으로 삼는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더보기
유라시아주의와 대서양주의의 충돌 재편 전쟁은 곧잘 시대전환을 불러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예외가 아니다. 벌써 탈냉전 이후 30년간 지속했던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분열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규모 경제블록화가 세계화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고 있다. 뚜렷한 변화는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에 맞서는 대서양주의의 부활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서양주의는 북미와 유럽이 정치·경제·안보 문제를 통합해 민주주의, 개인의 자유, 법치와 같은 공통가치를 지키는 정치철학이자 전략이다. 대서양주의의 핵심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있다. 소련 해체 이후 대서양주의는 느슨해졌다. 유럽 국가들의 미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이해관계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런 유럽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