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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애국시민’의 아이러니 가슴 뭉클한 ‘애국시민’이란 말이 아스팔트 도로에서 고생한다. 속절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 이후 ‘애국시민’을 소환하자 그예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초 관저에서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자유와 민주를 사랑하는 애국시민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시민을 넘어 여당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한 지 오래다. 지난 주말에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 집회에서 “애국시민이 있었기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가짜 내란 몰이로 불법구금과 불법수사로 헌법과 법치가 무너졌다”고 억설(臆說)했다. 헌법과 법률을 심대하게 어겨 심판대에 오른, 정의롭지 못한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들이야말로 ‘애국시민’이라는 .. 더보기
트럼프 한 달, ‘미국을 다시 저열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한달은 지구촌을 공포와 경악, 혼란과 당혹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 일로 점철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막상 현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은 2차세계대전 이후 80년 동안 나름대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규범을 주도해왔다고 자부한다. 이를 트럼프가 일거에 허물고 약육강식의 아프리카 사파리처럼 바꾸고 있다는 세계인의 공분이 거세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73가지 행정명령(각서·포고문을 포함하면 111개)에 서명해 한달 만에 무려 8년 치에 해당하는 개혁을 추진했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발 ‘퍼펙트 스톰’의 위력은 집권 1기 때와 비교불가다. 행정명령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와 인권이사회 같은 국제기구 탈퇴다. .. 더보기
저급해진 한국의 보수 ‘보수세력은 있어도 보수주의는 없다.’ 한국 보수진영이 광복 이후 80년 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아킬레스건 같은 말이다. 한국 보수진영은 철학이 빈곤한 반면에 목소리는 크다. 사회 주류를 자처하는 보수 엘리트 계층은 사상적 무장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의 권위주의적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그저 국가 발전주의와 반공이면 충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국면에서 한국 보수는 한결 천박하고 저급해졌다. 품격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보수의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은 위신 따위는 깡그리 내팽개치고 온갖 비열함과 치졸함만 노정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궤변·요설·기행의 목회자와 아스팔트 극우세력에 휘둘려 ‘아무말대잔치’에 합류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주적 문화강국으로 .. 더보기
윤석열의 ‘정신승리’에 멍드는 나라 앞날 현대 중국문학의 아버지 루쉰은 소설 ‘아큐정전(阿Q正傳)’에서 어떤 상황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리화하는 아큐를 조롱했다. 아큐는 자기가 당한 수모와 무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려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는 동네 깡패에게 얻어맞아도 육체적으로는 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저들이 나보다 수준이 떨어지므로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정신승리법’을 구사한다. 오늘날 흔히 쓰는 ‘정신승리’라는 낱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정신승리는 아큐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어기제다. 정신승리는 아큐를 더욱 고립시키고 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 출석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관저에서 장기농성 중인 것은 전형적인 ‘정신승리’의 발로다. 여기에 역술인 무속인 극우.. 더보기
윤석열 엄벌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는 언제나 반동이 버티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불법 계엄령은 피 흘려 쌓아 올린 민주주의에 대한 반동적 폭거다. 그런데도 그는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라고 강변한다.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의 기본질서를 파괴해 놓고선 외려 지키려 했다고 우긴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단다. 전형적인 혹세무민(惑世誣民)이다. 끝까지 비루한 변명으로 국민을 호도하려 든다. 측근 대리인을 내세워 내란사태를 ‘소란’이라고 주장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나라 밖에선 45년을 후퇴할 뻔했다고 혀를 차는데도 본인 입으로 “두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고 되레 반문한다. 국격과 나라경제를 망가뜨려 놓고 뻔뻔하기 그지없다. 다음날엔 대리인이 “(주요 인물) 체포의 ‘체’ 자도 꺼낸 적이 없.. 더보기
모범 민주국가의 황당한 추락과 회복력 미국 언론인이 자기 나라 국무부장관에게 던진 질문 하나가 한국인들에겐 참담하게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실수였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다음날 마이클 번바움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기자 질문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가리킨다.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윤 대통령이 (지난 일이지만) 110여 국가가 참석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블링컨 장관이 “한국은 민주주의와 민주적 회복력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례 중 하나”라며 “한국이 그 모범을 보여주기를 계속 기대할 것”이라고 안도하긴 했다. 미국이 아닌 나라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 더보기
양극화 해소? 병 주고 약 주나 느닷없다는 느낌부터 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부 핵심 국정목표로 ‘양극화 해소’를 들고 나와서 말이다. 2년 반 동안 양극화를 심화하더니 인제 와서 타개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22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임기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가 국가 발전에 동참하도록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부 첫날인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 때도 양극화 해소를 천명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자 위기탈출 방안으로 내놓은 카드라는 분석이 그럴듯하다. 윤 대통령이 양극화 불만이 표출됐던 미국 대선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는 말도 들린다. 양극화의 불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요인이라고 보는 듯하다. 한국의 양극화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대기.. 더보기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공감능력 부족 권력과 공감의 관계는 얄궂다. 공감능력은 권력을 만든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권력이 위기를 맞는다. 지도자가 되고 권력을 얻으면 공감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이 한목소리로 얘기한다. 권력을 쥐면 뇌가 바뀌기 때문이다. 회사의 팀장 같은 작은 권력에도 취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기 어려워진다. 사람은 대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고 ‘거울뉴런(mirror neuron)’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다른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키운다. 거울뉴런은 모방과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뇌세포다. 다른 사람의 특정한 행동을 보거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직접 행동하거나 겪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한다. 임기 반환점(10일)을 지난 윤석열 대통령이 최악의 위기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보기
북한군 우크라이나전 파병과 한국의 대응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 변화를 넘어 세계 정세에 큰 파문을 예고한다. 한국의 대응 강도에 따라 ‘남북 대리전’ 형국으로 비화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군 3000명가량이 러시아에 파병됐고, 오는 12월까지 파병 규모가 총 1만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정보를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북한군이 투입되는 곳은 실제 전쟁터이거나 작전을 지원하는 후방일 수도 있다. 후방에서 기지 경계를 하거나 군수 물자를 나르는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도 있겠다. 총탄이 날아다니는 전방이라면 파장의 크기가 만만찮다. 북한의 대규모 지상군 파병은 국제사회에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가 달라지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한반도 평화 역시 위협받게 된다.    유럽을 이.. 더보기
한강 노벨문학상이 못마땅한 수구보수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지난 목요일(10일) 저녁 8시가 갓 지날 무렵 영시공부모임 단체대화방에 ‘한 강 노벨문학상 수상!’ 아홉 글자가 떴다. 누군가 희망사항을 장난삼아 올렸겠지 여겼다. 곧이어 ‘진짜? 믿기지 않은 쾌거입니다.’ ‘브라보!’ ‘우와!!!’ ‘오!’ 같은 문자가 속속 올라왔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보고 주요 신문 인터넷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긴급 속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가짜뉴스구나! 하고 말았다. 조금 뒤 국제뉴스를 가장 빨리 전하는 연합뉴스 사이트에서 ‘[1보] 노벨문학상에 한국 소설가 한강’이라는 제목만 있는 속보를 발견했다. ‘진짜구나!’ 그제야 문학적 수사가 필요 없는 감격이 밀려왔다. 사실 오랫동안 스스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희망고문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