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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피자효과로 뜬 K-푸드 K-컬처 19세기 이탈리아 피자는 가난한 이들이 먹던 납작한 빵에 불과했다. 기본이 단순할 뿐만 아니라 토핑도 아주 적었다. 대개 토마토만 있었다. 당시 피자는 주로 노점에서 팔렸다. 19세기 말 대중 요리책이 등장했을 때 피자가 나폴리 요리에서 제외됐을 정도다. 180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간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피자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피자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풍성한 토핑과 치즈가 더해지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미국 관광객들이 이탈리아에 가서 정통 피자를 찾기 시작하자 기대에 맞춘 화덕 피자 가게들이 성업을 이뤘다. 자연스레 피자가 이탈리아의 대표 문화로 재수용됐다.  여기서 ‘피자효과(Pizza Effect)’라는 학술용어가 탄생한다. 사회학 문화인류학 종교학에서 피자효과는 특정 문화 요소가 다.. 더보기
김정은의 깜짝 방중에 쏠린 특별한 시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4일 중국 방문은 사뭇 뜻밖이고 이례적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고, 당일치기로 접경 도시 단둥만 방문한 뒤 곧바로 귀국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실용외교랄까.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 시진핑 주석과 만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해 9월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행사(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베이징을 찾은 이후 1년 1개월 만이자 집권 후 여섯 번째다. 김 위원장의 일정은 불과 9일 전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자동차로 건너 항미원조기념관을 참관하고, 중국 권력서열 4위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회담한 후 버스 공장을 함께 시찰한 게 사실상 다다. 외부 세계에는 전격적이고 깜짝 방문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꽤 오래전부터.. 더보기
대통령이 두려움을 대하는 자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는 영웅들이 두려움을 어떻게 마주하는지 잘 보여준다. 영웅들은 신적인 힘을 지녔으나 죽음과 실패 앞에서는 너무나 인간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필멸성을 깨닫고 이를 명예와 분노로 정면 돌파한다. 그는 트로이 전쟁에서 싸우면 젊은 나이에 죽을 운명임을 안다. 하지만 불멸의 명예를 얻기 위해 죽음의 공포를 기꺼이 감수한다.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이후 그의 두려움은 분노로 바뀐다. 트로이의 왕자이자 트로이군 최고의 영웅인 헥토르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가족과 조국에 대한 의무감으로 이를 통제한다. 그는 아킬레우스와의 결투 직전 압도적인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트로이 성벽을 세 바퀴나 돌며 도망친다. 그러나 아내 안드로마케와 아들, 트로이.. 더보기
자립준비청년은 투명인간이 아니다 명절 때 가장 외롭고 서러운 이들은 아예 혈육조차 없는 사람이다. 이들에겐 차례를 지낼 대상이 없고 찾아갈 고향도 없다. 고립무원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대표적인 계층이 ‘자립준비청년’이다.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같은 곳에서 지내다가 18세 이후(원하면 25세까지 연장 가능) 보호가 끝나는 이들을 우리는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해마다 2000~2500명에 이르는 자립준비청년이 나온다. 이들은 경제적 정서적으로 취약한 환경 속에서 사회에 진입한다. 자립준비청년은 당장 살아야 할 집 구하기부터 공과금 납부, 취업 활동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자립정착금 1000만~2000만원, 5년간 월 50만원의 수당, 디딤씨앗통장 같은 정책적 지원.. 더보기
만드는 사람이 편하면 사용자는 불편하다 “만드는 사람이 편하면 듣는 사람이 불편해진다.” ‘가왕(歌王)’ 조용필(76)의 노래철학은 완벽주의 장인정신을 표상한다. 현역에서 은퇴해도 괜찮을 나이인 그가 평생 지켜온 이 철학은 창작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이에게 폐부를 찌르는 감명을 안긴다. 내가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듣는 이에게 완벽을 선물하겠다는 태도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창작자가 고통스럽고 치열하게 고민할수록 결과물을 받는 대중이 가장 편안하고 무결한 감흥을 느낀다는 생각을 한순간도 떨쳐버린 적이 없다. 그가 이 철학을 어떻게 실천해 왔는지 보여주는 사례를 들으면 경탄이 절로 나온다. 조용필은 한곡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번, 수백 번을 다시 녹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앨범 발매 직전에도 마스터 테이프를 버리고.. 더보기
30위권에 갇힌 국가 청렴도 국가 청렴도는 선진국 평가 지표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 오래지만, 국가 청렴도는 7년째 30위권에서 맴돈다. 2025년 기준 182개국 중 31위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점수와 순위가 모두 전년도보다 한 계단 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표현한 대로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상은 높아졌으나 청렴도에서는 선진국 상위권과 격차가 크다.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현격하다. 싱가포르 3위, 홍콩 12위, 일본 18위, 대만 24위다. 한국의 청렴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원인은 공직사회 청렴성과 공공부문 투명성이 부족한 탓이 크다. 토착 세력의 이권 개입, 정치권의 잔존 부패, 민간 부문의 뿌리 깊은 부패, 채용·입찰·인허가의.. 더보기
AI 디스킬링을 어쩌나 궁금한 것이 생기면 뭐든 인공지능(AI)부터 찾는 시대가 됐다. 문제를 풀거나 자료를 분석할 때, 보고서를 쓸 때면 으레 AI를 켠다. 발표 자료를 만들고 회의록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 이미지 제작과 코딩까지 AI에게 맡긴다. 취업시장에서도 AI를 활용해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역량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AI 활용도가 높은 나라다. 마이크로소프트(MS)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생성형 AI 사용률은 전 분기보다 6.4%p 상승한 37.1%를 기록했다. 증가폭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생성형 AI 클로드의 활용도 역시 높다. 클로드를 개발한 앤스로픽은 한국의 앤스로픽 AI 활용 지수가 세계 7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세계 곳곳에서 AI에 .. 더보기
정치가 응답해야 할 청년 문제 한국 청년세대는 대부분 인생의 중요단계마다 ‘유예’라는 단어를 달고 산다. 어렵사리 대학에 진학해서는 졸업을 유예한다. 인턴을 해보고 자격증을 많이 따도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서다. 운 좋게 직장을 구하더라도 형편이 갖춰지지 않아 결혼을 미룬다. 결혼한 뒤에도 육아가 걱정돼 출산을 유예한다. 생애 주기에서 아예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 인공지능(AI) 시대로 급격히 접어들면서 청년들이 겪는 1차 난제인 일자리 구하기는 심각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7000명이나 줄었다. 청년 고용률은 43.9%로 1.7%포인트 떨어졌다. 청년 비정규직이 146만명, 비율은 43.1%에 이른다. .. 더보기
독립 250주년, 미국은 ‘언덕 위의 도시’인가 미국 정치지도자들은 ‘언덕 위의 도시’라는 말을 즐겨 쓴다. 존 F. 케네디는 미국 대통령 당선자 시절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우리(모든 정부 기관)는 항상 ‘언덕 위의 도시’와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연설 때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라고 자주 표현했다.  ‘언덕 위의 도시’라는 말은 청교도 지도자 존 윈스롭이 먼저 썼다. 존 윈스롭은 1630년 영국에서 아메리카 대륙 뉴잉글랜드로 떠나는 아라벨라호 갑판에서 “저 건너 새로운 언덕 위에 세상이 우러러보는 빛나는 도시를 세우자”고 설교했다. ‘언덕 위의 도시’는 신약성서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에서 유래했다. ‘언덕 위의 도시’는 미국 예외주의의 은유어로 쓰인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차별성을 지닌 특별한 나라.. 더보기
전 세계로 퍼지는 청소년 SNS 금지, 한국은?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은 거의 모든 나라의 큰 걱정거리다. SNS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청소년들이 도박이나 마약류 범죄에 손쉽게 노출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청소년들이 자살 조장, 사이버 괴롭힘, 폭력, 섭식 장애 같은 부정적 콘텐츠에 끌리는 것도 상당 부분 SNS에서 나온다. 허위조작 정보나 극우적 사고를 받아들이는 데도 SNS가 핵심 도구로 작용한다.  SNS를 잠깐만 보려다 1~2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일이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인공지능(AI)이 쉴 새 없이 추천하기 때문이다.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에게는 한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시간 낭비를 넘어 수면 부족, 집중력 저하, 인지 발달 저해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SNS를 중독성 있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