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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높은 사람일수록 비리·거짓말 많다면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양심적이고 도덕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면 더 나은 사회로 진화할 개연성이 높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실험과 연구 결과는 이를 배반한다.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 사회심리학 연구팀이 직업, 소득, 재산, 교육 수준 같은 지표로 모집단을 나눠 실험한 결과, 상위 계층일수록 비윤리적인 행위를 더 많이 한다. 이 연구팀의 다양한 실험에서 자신이 상위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여러 사회 행위 속에서 절도, 속임수, 거짓말, 뇌물공여 등을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비율은 하위 계층의 3~4배나 높다.


 도로·사거리의 실험에서 불법 추월이나 끼어들기 같은 난폭·얌체 행위를 하는 운전자는 대부분 값비싼 고급 차량 소유자였다. 어린이들에게 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탕이 가득 담긴 항아리를 놓아두고 어떤 사람들이 사탕을 많이 집어가는지를 실험해 봤다. 

 

 여기서도 상위 계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사탕을 훨씬 많이 가져갔다. 같은 범법 행위여도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범행 동기는 상반된 것으로 밝혀졌다. 상위 계층은 색다른 모험심과 자신이 가진 지위와 힘을 남에게 각인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하위 계층은 상위 계층에 의한 소외감이나 필요에 따라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실험에서도 돈과 권력이 많은 사람들의 행동 성향에서 드러나는 흥미로운 현상을 찾아냈다.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낱말 게임을 시킨 뒤 자기가 거둔 성적만큼 돈을 가져가게 했다. 이 실험에서 한 그룹만 게임에 앞서 돈다발 앞을 지나치게 했다. 그 결과, 돈을 본 집단은 더 많이 자기 성적을 부풀려 이익을 챙겼다. 연구팀은 여러 실험에서 권력과 부를 잠시라도 맛본 사람들은 쉽사리 신뢰를 저버리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회사원으로 일했던 폴 펠드먼도 흥미로운 체험을 했다. 그가 몇 년 동안 무인 베이글 빵 판매대를 설치했던 한 회사는 세 층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임원급 고위간부들만 근무하는 맨 위층의 무인판매대 수금률이 눈에 띌 만큼 낮았다. 다른 두 층은 일반 직원들이 일하는 곳이었다. 


 한국에서도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비리, 부정, 거짓말 같은 나쁜 행위를 더 많이 한다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된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 상반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위에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있다. 그런 것까지 고치려면 재집권해야 그런 방향으로 안정되게 오래 간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주장과 달리 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명 본인이나 그 가족이 부동산 불법 소유·거래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열린민주당 의원까지 포함하면 13명이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12명 역시 본인이나 그 가족이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는다. 여야 의원을 합하면 25명이 법 위반 의혹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무렵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지고 부정선거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송철호 울산시장 역시 아내가 부동산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방의원들까지 합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7퍼센트인 81명(배우자 포함)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은 절반 이상이 농지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1862명 가운데 38.6 퍼센트가 농지를 갖고 있었다. 사실상 가짜농부다. 문 대통령도 농지 관련 불법 의혹에 휩싸였다.


 고위공직자의 병역면제 비율도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다. 4급 이상 고위공직자 병역면제 비율이 10퍼센트에 가깝지만 일반인은 1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병역 기피,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성범죄 등 고위공직자 배제 7대 비리 원칙을 발표했으나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반드시 몇 가지 포함돼야 임명될 수 있다는 비아냥거림이 나돌 정도다. 

 

  장관이 되기는커녕 수사를 받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야 할 수준의 인물도 적잖게 있었다. 가장 최근 임명된 장관급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임야 4만6000여㎡(1만 4000여 평)를 차명으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쯤은 약과다. 수십 차례 내지 않았다가 지명 후에야 납부한 장관급 후보자도 숱하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천연덕스러운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한 예도 흔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여러 차례 거짓말로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했다. 법과 정의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 여러 명이 수많은 거짓말과 위선으로 국민의 가슴을 뒤집어놓는 일도 잦았다. 하긴 ‘목민심서’를 쓴 다산 정약용도 200년 전 귀양살이를 하면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위공직자의 거짓말을 한탄했다. “고관대작 열 마디 중 일곱 마디가 거짓말이더구나.”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