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모든 나라가 방역에 최우선 순위를 두면서도 경제 방어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방역과 경제 방어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마리 토끼잡기에 견줄 만큼 지난한 과제다.


 대만은 올해 주요국 가운데 두가지 모두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경이적인 나라다. 방역 모범국 대만에서 8개월여 만인 지난 22일 처음 지역감염자 1명이 발생해 엄청난 뉴스가 됐다. 대만은 27일 존스홉킨스대 집계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 780명, 사망자 7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해외 유입자다. 대만은 확진자 5만6872명 사망자 808명인 한국의 1% 안팎 수준이다.


 대만이 뉴질랜드처럼 작은 섬나라여서 상대적으로 통제가 쉬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총인구수(2020년 기준)로는 한국 5178만명, 대만 2381만명 이지만, 인구밀도는 대만이 한국보다 1.3배나 높아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구조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대만은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경제도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외려 전자제품 반도체 생활용품 주문이 해외로부터 밀려들어 휘파람을 불고 다닌다. 가장 선방한 축에 속한다고 자랑하는 한국의 올해 예상 경제성장 전망치가 -1%인 데 비해 대만은 2.54%로 주요국가 중 1위를 차지할 게 거의 확실하다. 1991년 이후 29년 만에 중국 본토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덤도 얻었다.

                                                                          

  블룸버그통신이 발표한 12월 봉쇄(록다운) 심각도 점수에서도 대만은 19점으로 22점인 뉴질랜드를 제치고 1위다. 한국은 63점으로 24위다. 1, 2위 두 나라는 거의 자유로운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대만 국민은 여러가지 모임을 할 수 있는 데다 스포츠 경기와 공연도 관람한다. 식당, 백화점, 호텔 숙박도 제한이 없다. 자연히 내수경기가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 경제회생을 위한 정부 추가경정예산 규모도 한국의 1/4 수준이다. 대만의 내년 경제성장 전망 역시 4%로 장밋빛에 가깝다.


 대만의 코로나 방역은 한국과 차이가 조금 난다. 우선 지휘체계를 일원화한 게 두드러진다. 대만은 한국의 보건복지부장관 격인 위생복리부장이 중앙감염병지휘센터장을 겸해 단일지휘체계를 유지한다. 한국은 국무총리가 본부장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보건복지부장관이 본부장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질병관리청장이 본부장인 중앙방역대책본부를 따로 운영한다.


 대만이 단일지휘체계를 갖춘 것은 2003 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때의 뼈아픈 경험 때문이었다. 옥상옥 조직으로 말미암아 대응에 혼선을 빚었다. 한국이 경제살리기에 매달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임기응변으로 조정하는 실수를 범한 것과 비교된다. 입국자 ‘14일 자가격리제’도 한국보다 먼저 시행했다.

                                                                  


 강력한 방역수칙 위반 처벌을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지만, 국민의 높은 신뢰가 뒷받침돼 저항이 없다. 초기부터 공공장소는 물론 대중교통 이용 때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내외 사회적 거리두기도 철저하다. 자가격리를 이탈하거나 위반한 사람은 최고 1167만원의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한다. 실제로 12월 7일 외국인 노동자가 호텔 격리 중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으러 복도에 잠깐 나갔다가 384만원의 벌금을 냈다. 지정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한국의 6배가량인 5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대만은 정책적으로 코로나19 검사에 우선순위를 두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격리에 중점을 둔 대처 방식이 주효했다고 한다. 바이러스 확산에 앞서 감염원을 차단하는 선제적 방법이다.


 ‘K-방역’이라고 자랑하던 한국이 연일 1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일관성 있는 위기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가 전문가들의 겨울철 대유행 경고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대비를 소홀히 한 후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대만은 코로나19 백신 확보도 한국보다 앞선다. 내년 초 1500만도즈를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지난 11월 발표했다.


 장기적인 위기관리는 초기부터 일관되고 신뢰받는 정책에 따라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대만이 보여준다. ‘두마리 토끼 잡으려다 둘 다 놓친다’는 오랜 속담이 생긴 까닭을 머릿속에만 넣고 있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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