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의사들은 ‘체 게바라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의 의료수준이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역사적 배경에는 체 게바라를 빼놓을 수 없다.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가 아르헨티나 의사 출신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쿠바가 의료강국이 된 것은 1959년 혁명 이후 교육·농업·의료 3대 개혁이 거둔 열매다.

 

 피델 카스트로 형제와 함께 쿠바 혁명에 참여한 체 게바라는 한 연설에서 의료 접근성을 역설했다. “의사는 씨를 뿌리고 가꾸는 농부와 같다. 어디서 무슨 일이 생겨도 의사는 환자와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하고 그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쿠바혁명 직후 “학교와 병원은 부자들만 가는 것이 아니다. 쿠바 인민 모두를 무지와 질병으로부터 해방하겠다”고 다짐한 뒤 은퇴할 때까지 실천했다.


 쿠바의 전면 무상 의료제도는 세계 최상급으로 인정받는다. 쿠바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8.4명으로 세계 최고다.(2018년 세계은행 통계) 세계 평균 1.5명, 한국 2.4명에 비하면 독보적이다. 이처럼 풍부한 의료인력은 연간 65억달러 안팎을 벌어들인다. 의사 해외파견은 쿠바 외화벌이의 절반에 이른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는 해외 파견의사 월급의 80~90%가 국가수입으로 잡힌다. 1963년부터 시작된 쿠바의 해외파견 의사 누적 인원은 40만명에 이른다.

                                                                     

                                                                    

  쿠바는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관광수입이 격감한 대신 의료 붕괴를 맞은 나라로 파견 의사수를 늘렸다. 올 초까지 3만명 선을 유지하던 파견 의사가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남아공 등 27개국에 3000여명이 추가로 나갔다. 쿠바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따뜻하기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퇴치에 힘쓴 쿠바의 해외지원의료진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을 정도다.


 14개 의과대학은 쿠바의 의료인력 확보를 뒷받침한다. 쿠바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대도 무상교육이다. 인구 1120만 명의 쿠바는 넉넉한 의료 자원에 힘입어 코로나19 방역도 선방하고 있다. 21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7763명, 사망자는 131명이다. 쿠바 정부는 수만명의 가정 주치의, 간호사, 의대생들이 날마다 모든 가정을 돌며 주민의 상태를 점검하도록 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쿠바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2개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번째 코로나19 백신 후보 ‘소베라나2’가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 8월 시작한 후보물질 ‘소베라나1’ 임상시험은 큰 부작용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핀라이백신연구소를 비롯해 20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개발연구팀은 올 연말까지 2가지의 새로운 후보물질도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쿠바는 내년에 자신들이 개발한 백신을 국민에게 보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의 백신이 뜨는 바람에 관심밖에 있지만, 쿠바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에는 희소식이 될 게 틀림없다. 쿠바의 코로나19 백신은 수십년간 축적한 기술력 덕분이다. 쿠바는 항수막염 백신, B형 간염 백신을 비롯해 8가지 백신을 자체 개발해 40여 나라에 수출한다. 쿠바산 B형 간염백신은 미국산보다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1980년대부터 생명공학·생물의학에 집중투자한 결과물이다.


 똑같이 미국의 경제봉쇄를 겪고 있는 북한과 쿠바를 비교 연구하다 보면 국가 목표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도 없다는 북한의 보건·의료는 외부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 아직 완공하지 못한 평양종합병원이 북한 주민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북한 해커 단체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도 믿거나 말거나 안타깝다. 쿠바의 친환경 유기농산물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식량난으로 허덕인다. 북한이 동병상련의 우방국 쿠바에 진정으로 본받을 게 뭔지 확연하지 않은가.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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