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국민적 애물단지로 변한 일은 정부 정책의 낭만적 단견을 보여주는 상징의 하나다.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들뜬 정부는 평화와 희망의 의미를 가득 담아 외래종 비둘기를 전국으로 날려 보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때 각각 3000마리의 비둘기가 방사됐다. 당시 삼천리 금수강산에서 숫자를 생각해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비둘기를 날리는 행사는 1985년부터 2000년 사이 모두 90차례나 열렸다.
그러자 비둘기의 개체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도심 속은 물론 제주도까지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급기야 2009년에는 ‘야생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유해야생동물로 낙인이 찍혔다. 이 같은 정책의 결과는 통합적 사고의 결여에서 비롯됐다.
통합적 사고는 선택 사안에서 단조롭고 이분법적인 생각을 벗어나 복합적인 요소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통합적 사고는 돌출적인 요인에 한층 폭넓은 관점을 지녀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상반되는 요소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는 성향과 능력이 요구된다. 조직의 리더는 단순한 가정에 집착하기 쉽다. 모범답안이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다양한 정책 실패 사례도 통합적 사고 빈곤과 직결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9일 KBS와 가진 ‘대통령에게 묻는다’ 대담 프로그램에서 최저임금 정책 실패를 고백한 것은 정부의 통합적 사고 부족 자인과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에 앞서 정부 차원에서 자영업자 대책을 비롯한 사회 안전망을 함께 고려하지 못한 점이 송구스럽다고 할 정도였다. 한국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많다는 사실을 정책입안 때 감안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최저임금의 다급한 인상이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타격을 주는 요인임을 계산에 넣지 않은 점도 정책 검토과정에서 통합적 사고를 하지 못한 후과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내용은 대학에서 가장 기초적인 과목인 경제학 원론에도 나온다. 뒤늦게 대통령까지 속도 조절 의지를 밝힌 것은 부작용의 심각성이 생각보다 큰 탓이다.
최저임금을 2년 연속해서 급격하게 인상한 것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론을 뒷받침하는 근거의 하나였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시행에 앞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삭감, 업종 간 노동시간 균형 같은 문제의 보완책이 동반됐어야 한다. 버스업계의 전국적인 파업 예고도 이와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탈원전 논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 역시 통합적 사고의 빈약과 연관된다. 탈원전 부작용이 잇따르자 여권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 여론에서도 밀린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원전의 유지·확대 찬성 비율이 61%인 반면 축소 의견은 27%에 그쳤다. 대통령의 선거공약과 친환경 에너지정책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까닭은 급격한 정책전환이 부를 부작용 때문이다.
원전 정책은 국민적 관심사인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책과도 상관관계가 많다.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신 2017년 중단된 원전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미세먼지를 피하면서도 안정적 전력수급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공론에 붙여 최종 결정하는 아이디어도 고려해 봄직하다. 장기적인 탈원전 정책을 지키더라도 속도조절은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 정권이 연장되더라도 탈원전 정책이 뒤집힐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국정의 모든 분야를 복합적으로 분석하고 통찰하는 기능이 떨어져 보인다. 통합적 사고에 바탕을 둔 정책은 취임 2주년을 맞은 문재인정부가 진지하게 복기해 봐야할 숙제다. 사회구조가 복잡다기할수록 통합적 사고능력은 필수다. 주식을 손해 보고 팔 수 있는 용기가 손해를 줄이듯 문제가 드러난 정책은 과감하게 손절매(損切賣)를 하는 결단이 국가와 정권의 장래를 위해서도 득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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