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餘滴)'에 해당되는 글 170건

  1. 2009.08.07 [여적] 트롤리 딜레마 (2)
  2. 2009.07.31 [여적] 시위방벽 트럭 (2)
  3. 2009.07.24 [여적]물의 도시 (2)
  4. 2009.07.17 [여적]서민 마케팅 (2)
  5. 2009.07.10 [여적]정책보고서
  6. 2009.07.03 [여적]그린댐
  7. 2009.06.19 [여적]트위터 열풍 (1)
  8. 2009.06.12 [여적]‘침묵의 살인자’ 석면
  9. 2009.06.05 [여적]어느 외국인의 한옥 지키기
  10. 2009.05.29 [여적]상록수 (3)

입력 : 2009-08-07 17:58:37수정 : 2009-08-07 17:58:38

마크 하우저 하버드대 진화심리학 교수는 ‘트롤리 딜레마’란 흥미로운 통계심리실험을 실시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간단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 트롤리 전차가 철길 위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5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당신은 이 트롤리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꿀 수 있는 스위치 옆에 서 있다. 당신이 트롤리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꾸면 오른쪽 철로에서 일하는 1명의 노동자는 깔려죽게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두 번째 질문. 트롤리가 철길 위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 5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당신은 철길 위의 육교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이 이 트롤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뭔가 큰 물건을 열차 앞에 던져야 한다. 마침 당신 앞에 몸집이 큰 사람이 난간에 기대 아래를 보고 있다. 당신이 트롤리를 세우려면 그 사람을 떠밀어버리는 거다. 그러면 떨어진 사람 때문에 트롤리가 멈추고, 철길에서 일하던 노동자 5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놀랍게도 대답은 대부분 같았다. 인종, 나이, 학력, 종교, 문화적 차이를 불문하고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돌리겠다고 답변했다. 5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결정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다수가 몸집 큰 사람의 등을 떠밀지 않겠다고 했다. 어차피 한 사람의 목숨을 희생해 다섯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은 같은데도 말이다. 인간에게는 학습되지 않은 도덕가치가 존재하고 있음이 통계로 입증된 것이라고 하우저 교수는 해석한다. 수만년의 진화를 통해 인류의 깊은 의식 속에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문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쌍용자동차 노사 협상에서 가장 첨예했던 정리해고 문제도 트롤리 딜레마 같은 심리적 고뇌가 깔려 있음직하다. 노사 모두 어떤 선택을 해도 어느 정도 후회를 할 수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개인주의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공리주의를 택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논란이 됐던 농성자 640명의 운명이 무급 휴직 48%, 정리해고 52%로 엇갈린 제안을 최후의 순간에 수용해야 했던 노조 지도부의 가슴 속에 트롤리 딜레마의 그늘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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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7-31 18:19:20수정 : 2009-07-31 18:19:21

만리장성, 트로이 방벽과 더불어 고대세계 3대 방벽으로 꼽히는 하드리아누스 방벽은 로마 제국이 남긴 가장 유명한 기념물 가운데 하나다.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영국 북쪽 ‘야만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130㎞ 길이로 쌓은 이 방벽은 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경이로운 보물이다. 인공물인 이 방벽과는 달리 홍해의 바닷물을 갈라놓았다는 모세의 기적은 ‘모세의 방벽’이란 말도 낳았다. 밀·썰물로 인해 생긴 현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바다 바닥으로 길을 내기 위해 하나님이 양쪽에 방벽을 만들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건너게 한 뒤 애굽 군대가 건너려 할 때는 없앴다는 걸 연상해 붙인 이름이다.

21세기 들어 또 다른 ‘모세의 방벽’이 베네치아에서 홍수를 막기 위해 인간의 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모세의 방벽’은 아드리아해의 바닷물이 베네치아 석호(潟湖)로 드나드는 관문을 거대한 금속제 방벽 78개를 이어 붙여 막는 착상에서 나왔다. 지난해 말 22년 만의 대홍수로 도시 전체가 침수되자 베네치아에서는 ‘모세의 방벽’ 건설을 앞당기자는 여론이 확산됐다.

이 방벽은 평소엔 해저에 가라앉혔다가 거대한 밀물이 올 때만 내부의 빈 공간에 공기를 넣어 부력으로 세우는 방식이다. 이 방벽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2003년부터 추진해 2011년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환경단체 등의 반발 때문에 2014년으로 늦춰졌다. 반대론자들은 “자연의 힘을 거슬러서는 안 되며 방벽이 바닷물의 순환을 방해해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논박한다.

엊그제 경찰이 선보인 ‘시위방벽 트럭’은 베네치아에서 건설 중인 ‘모세의 방벽’을 연상케 한다. 평소에는 접힌 상태로 있어 보통 트럭처럼 보이지만 차벽을 설치할 때만 유압장치를 통해 넓게 펼치는 원리가 ‘모세의 방벽’과 흡사하다. 경찰버스가 시위대의 화염병으로 인해 불타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과는 반대로 국민과 불통하겠다는 상징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촛불시위 때 컨테이너 방벽을 쌓아 ‘명박산성’이란 세계적 오명을 남긴 게 우리 경찰이다. 생각은 기발할지 몰라도 “방벽이 이명박식 소통법이냐”는 얘기를 들어도 할말은 별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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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7-24 18:07:33수정 : 2009-07-24 18:07:34

낭만이 넘쳐나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는 ‘이탈리아의 진주’ ‘아드리아 해의 여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같은 최상급 수식어가 늘 뒤따른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의 무대이자 세기의 탕아 카사노바가 태어난 곳이기도 한 베네치아를 찾은 독일의 문호 괴테는 ‘비버의 도시’라고 불렀다. 역사상 유례없는 ‘1000년 공화국’ 베네치아를 멸망시킨 나폴레옹이 이곳을 소유하고 싶어 했던 이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거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5세기 중엽만 해도 베네치아는 오늘날처럼 수려하고 세련된 ‘물의 도시’가 아니었다. 물새와 갈대뿐인 늪지였다. 서기 452년 포악한 훈족 아킬라군이 침입하자 피할 길 없던 사람들은, 밀물 때는 바다가 되고 썰물이면 섬이 되는 이곳으로 몰려왔다. 바닷가로 쫓기던 사람들은 더 도망갈 곳이 없어 바다 위 갯벌에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목재를 가져다가 갯벌에 말뚝처럼 박고 그 위에 돌을 덮은 뒤 벽돌로 집을 지어 도시를 세운 것이다. 이들에게 자원이라곤 물고기와 소금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역경은 외려 창조적 사고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바다로 뻗어나가 교역의 길을 열었던 것이다. 육지에서 사람들이 피신해 올 때 십자가를 입에 문 비둘기 한 마리가 지금의 리알토 다리까지 인도했다는 베네치아 탄생 설화가 내려오기도 한다.

이 작은 도시국가 베네치아공화국은 1797년 나폴레옹이라는 큰 물결에 휩쓸려 멸망하기까지 1000년을 훨씬 넘게 번영을 구가해 왔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쓴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베네치아가 그토록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로마제국이 고속도로를 닦았다면 베네치아공화국은 그 고속도로에 휴게소를 만들고 통행료를 받았다.”

갯벌을 막아 새만금 간척지를 만든 곳에 베네치아처럼 세계적인 명품 ‘물의 도시’를 만들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한다. 애초 농업용지로 쓰기 위해 갯벌을 없애고, 또 언젠가는 초현대식 도시 두바이를 모델로 삼는다고 했다가 다시 계획을 수정했다. 7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 베네치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데다 최대 난제인 수질개선도 걱정이 태산 같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는 일만 없으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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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7-17 18:02:31수정 : 2009-07-17 18:02:32

199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 선거 때마다 승부를 가르는 서민 유권자계층이 존재했다. 가장 가까운 2008년 대선에서는 ‘큐비클 맨’의 표심을 예비선거 때부터 잡은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승전가를 불렀다. ‘큐비클 맨’(Cubicle Man)은 칸막이(큐비클) 사무실의 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무직 봉급생활자를 가리킨다. 오바마 후보는 건강보험이 없는 이들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소시민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일자리, 은퇴 이후, 자녀들의 장래는 물론 의료비 걱정이 지대한 현안의 하나였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2004년 재선에 성공할 때는 ‘나스카 아빠’와 ‘시큐리티 엄마’의 마음을 얻어냈다. ‘나스카 아빠’(NASCAR Dad)는 전미자동차경주협회가 주관하는 자동차 경주에 열광하는 백인 육체노동자들을 일컫는다. ‘시큐리티 엄마’(Security Mom)는 9·11 테러 발생 후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30~40대 엄마들을 상징한다. 2004년 미국 대선 예비선거는 누가 더 가난하게 살았는지 겨루는 서민 후보 대결장 같았다.

1996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사커 엄마’들의 마음을 읽어낸 게 재선의 결정적 승인이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사커 엄마’(Soccer Mom)는 방과후 아이들을 차에 태워 각종 레슨과 행사장으로 실어 나르는 극성엄마의 별명이다.

<정치 마케팅과 선거>라는 책을 펴낸 필립 존 데이비스는 미국 정치현장에서 ‘서민 마케팅’ 전략이 광범위하고 뿌리 깊게 정착해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지방선거 때 너도나도 “내가 진짜 서민 후보”라고 나서는 바람에 ‘서민 마케팅’이라는 조어까지 생겨났다.

재래시장에서의 오뎅·떡볶이 이벤트에다 330억원대의 재산 기부 등으로 ‘서민 마케팅’의 깃발을 올린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의 낙마로 그 동안 벌어놓은 점수를 몽땅 잃어버렸다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한숨이 흘러나올 정도다. 그러자 엊그제 어린이집 방문으로 ‘서민 마케팅’의 시동을 다시 걸었다. 하지만 이런 행보와는 달리 막상 정책에서는 서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서민 마케팅’이라면 어김없는 언행일치의 원자바오 중국 총리쯤은 돼야 진정성을 인정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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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7-10 18:01:29수정 : 2009-07-10 23:00:25

똑같은 과제를 다룬 국책연구소의 정책연구보고서가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불과 3년 사이의 일인데다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웃지 못 할 소극이었다. 정책보고서를 만든 기관은 교육부 산하의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었다. 체육·음악·미술 과목에 대한 학생평가방법이 주제였다.

교육개발원이 2007년 교육부에 제출해 정책개선안으로 채택된 보고서는 체육·음악·미술에 한해 ‘우수, 보통, 미흡 3등급’으로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개선안의 근거는 대국민 설문조사와 전문가 면담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와는 달리 교육과정평가원이 2004년 교육부에 낸 체육·음악·미술 교과 평가체제 개선 정책연구보고서는 정반대 의견이었다. 다른 교과목과 같은 등급 평가기록방법을 채택하자는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당시 일부 교육단체는 청와대의 정치논리에 휘둘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기가 막힌 정책보고서는 제2 롯데월드 건설과 경인운하 사업처럼 지난날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나 추진이 거부되거나 보류된 경우다. 한국개발연구원이 경인운하에 대해 경제성을 다시 분석한 결과 편익이 발생한다고 발표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없다는 것은 오래전에 판정이 난 데다 압력을 넣어 연구내용의 왜곡과 조작을 시도했다가 감사원 감사를 받기도 했던 사안이다. 제2 롯데월드의 안전평가 용역보고서도 그동안 군 당국이 안보위협을 이유로 반대해 오던 것을 국무총리실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사실은 온 국민이 안다.

민자고속도로 건설과정에서 교통수요예측 결과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지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도 정부나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정책연구 보고서는 발주, 생산, 활용되는 전 과정에서 사실상 정부의 입맛에 맞춰 왜곡·변질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국책기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정책보고서가 일자리 창출 통계 조작이라는 사실을 부처 책임자가 시인하고도 미디어법 관철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놀랍기 그지없다. 정책용역보고서들을 검증할 연구용역이라도 발주하면 못된 버릇이 고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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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7-03 18:06:11수정 : 2009-07-03 18:06:12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인 중국에서 야당이 처음 결성된 것은 1998년이었다.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공산당 체제에 맞서는 ‘중국민주당’을 창당한 것이다. 하지만 장쩌민 주석의 중국정부는 그 해 6월 14개의 성과 시에서 민주당 등록을 시도했던 수백명을 체포, 구금하는 등 곧바로 엄청난 탄압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 의장 쉬원리(徐文立)와 왕유차이(王有才)를 비롯한 대부분의 민주당 지도자들이 99년 말까지 잡혀가 예외 없이 장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중국민주당이 즉시 금지됐음은 물론이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가장 우려한 것은 민주당이 통제 불가능한, 새로운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것이었다. 민주당이 인터넷, 휴대폰 문자메시지, 이메일을 이용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정당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안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작품이 ‘진둔공정’(金盾工程·Golden Shield Project)이다. 서방세계에 ‘인터넷 만리장성’(Great Firewall)으로 더 널리 알려진 이 ‘황금방패’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인터넷 검열 시스템으로 유명한 중국의 인터넷 정보통제 감시망이다. 만리장성에 빗대어 ‘방화장성’ ‘만리방벽’이라고도 불린다. 98년에 착수한 ‘진둔공정’은 2003년 9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해 지난해 2차 계획까지 마무리됐다. 황금방패 프로젝트는 ‘대만독립’ ‘달라이 라마’ ‘파룬궁’ ‘류샤오보’(劉曉波·반체제 인사) 등 민감한 단어의 검색이 불가능하고, 특정 용어가 들어간 글이나 영상들도 차단하고 만다. 그렇지만 중국 네티즌과 해외 인권단체에서 개발한 방패 돌파 프로그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청소년들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개인 컴퓨터의 새로운 여과장치 ‘그린댐-유스 에스코트’ 설치를 지난 1일부터 의무화하려 했다. 하지만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보이콧 열기가 고조되자 ‘그린댐’ 사업의 잠정 중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닌 듯하다. 언제 다시 재개할지도 모르는 데다 ‘그린댐’의 20배가 넘는 성능을 지닌 ‘블루댐’이라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중국의 인터넷 민주화 운동이 축승의 술잔을 높이 들 날이 언제쯤에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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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6-19 17:37:16수정 : 2009-06-19 17:37:17

‘CNN, 짧고 빠른 트위터에 두 손 들다.’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항의시위 상황을 전하는 한 신문의 제목이다. 걸프전 이후 속보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미국 CNN방송이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소식을 전하는 트위터에 속보와 기사의 질에서 모두 완패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붙인 것이다. 1억5000만명의 시청자를 자랑하는 CNN이 진 것은 이번뿐만 아니다. 영화배우 데미 무어의 16세 연하 남편 애시튼 커처와의 ‘트위터를 이용한 등록 수신자 모으기’ 경쟁에서도 패해 작은 화제가 됐다. CNN의 ‘브레이킹 뉴스 트위터’는 실시간으로 뉴스 속보를 개개인의 휴대폰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커처가 턱없이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긴 꼴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역대 대선 후보들이 상상하지 못한 홍보효과를 거뒀다. 오바마가 취임 후에도 트위터를 애용하자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따라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엔 흥미 없다던 잭 웰치 전 GE 회장은 결심하자마자 24시간 안에 트위터 마니아가 되고 말았을 정도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로라 링이 “집이 그립다”며 마지막으로 근황을 남긴 것도 트위터였다. 지난해 5월12일 발생한 쓰촨성 원촨 대지진을 처음 전 세계에 알린 매체도 현지 네티즌을 통해 소식을 올린 ‘트위터닷컴’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오는 8월로 예정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발사 현장에서 취재기자들이 트위터 서비스 방식으로 현장 중계를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최근 ‘피겨 여왕’ 김연아가 트위터가 된 이후 한층 인기를 구가하는 모습이다. 2006년 3월 미국 벤처기업 오비어스가 처음 시작한 트위터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140자 이내의 단문 사용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오바마로부터 자극을 받아서인지 조지워싱턴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뒤 가진 강연에서 소통수단으로서 트위터 가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소통담당비서관은 며칠 전 트위터에 가입해 소통수단으로 쓸 만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진정한 소통의 관건은 트위터 이용 여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믿음을 주느냐의 여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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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6-12 18:06:31수정 : 2009-06-12 18:06:32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석면은 ‘기적의 물질’ ‘마술의 광물’ ‘하늘이 내린 선물’로 통했다. 열과 불에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옷을 만들 수 있는 천연절연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석면이 ‘침묵의 살인자’ ‘죽음의 먼지’ ‘죽음의 섬유’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표변했다는 것을 더이상 부인할 수 없다. 석면의 위험성은 사실 오랜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다. 2000여년 전 그리스 역사학자 스트라보는 석면 일을 하는 사람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고대 로마의 가이우스 플리니우스도 1세기 때 석면 광산에서 노예를 사오지 말라고 권했다. 노예들이 요절했기 때문이다.

석면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다. 이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선구적인 보고서는 영국 왕립 여성검사관이 제출했다. 1898년 발간된 이 보고서는 단호한 어조로 석면 먼지가 내포한 문제를 ‘해악’이라고 묘사했다. 석면이 인체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물질로 공식화된 것은 그로부터 33년 만인 1931년이다. 하지만 그 뒤에도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돼왔다.

석면 전문가인 네덜란드 변호사 로브 루에르는 기업들이 어떻게 석면의 위험성을 무시해왔는지 증언한다. “1929년과 1930년에 석면이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세계적 기업들은 석면-시멘트 기업연합을 구성해 결집했다. 기업들은 세계 석면 시장을 ‘작은 국가연맹’으로 만들었다. 그 이후 늘어나는 공격에 끊임없이 맞서고 있다.”

석면업계의 수십년에 걸친 조작과 은폐의 가면이 벗겨진 것은 1964년 뉴욕과학 아카데미가 주최한 ‘석면의 생물학적 영향에 관한 학술회의’였다. 마운트 시나이병원의 어빙 셀리코프 박사는 석면단열재 공장 노동자들의 폐암사망률이 일반노동자들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는 기념비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회의가 끝난 직후 업계는 ‘위험인물’ 셀리코프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위협했을 정도다.

정부가 충남 홍성·보령지역 석면 광산 인근 주민들을 정밀 조사해 석면 진폐증환자를 공식 확인하고 전 국민적 석면관리대책을 이달 말쯤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석면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한 해 10만명이라고 집계된 지 오래다. 그것도 단일 산업재해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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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6-05 17:45:23수정 : 2009-06-05 17:45:24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은 1년 반 전쯤 한국에 부임한 뒤 두 달여 만에 서울 성북동 한옥마을로 이사한 한옥 애호가다. 대부분의 한국인 행원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실정이지만 사내 블로그에는 그의 한옥 예찬까지 뜰 정도다. “아름답게 휘어진 지붕의 선과 햇살, 세심하게 장식된 창호문과 실내와 실외가 단절되어 있지 않아 자연과 맞닿은 한옥은 정말 멋진 가옥 형태다.”

서울 가회동에 사는 영국인 데이비드 킬번은 별명이 ‘한옥 지킴이’다. 한옥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건축 보배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옥은 수백 년에 걸쳐 발전해온 건축 양식으로 나무, 종이, 돌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한국의 정신을 잘 살린 집이다. 주변 자연의 풍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한옥이다.” 그는 2006년 전통 한옥의 구조를 무시한 서울시의 북촌가꾸기사업에 반대하다 시공업자 등과 몸싸움까지 벌인 열혈 한옥 지킴이다.

40년 동안 한옥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는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론적으로도 완벽하게 무장한 한옥 전도사다. 35년째 살고 있는 서울 동소문동 일대의 한옥을 재개발 위기로부터 지켜낸 것도 그가 아니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엊그제 서울시를 상대로 한 재개발정비구역 지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승소를 이끌어낸 것은 그의 열정 하나 덕분이다. 그가 한국에 눌러앉아 사는 것도 순전히 한옥의 매력 때문이다. 그에게 전통 한옥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자연 속에 녹아 든 전통미와 동양적 여백미를 갖춘 예술품이다. 그는 한국의 얼이나 다름없는 한옥을 마구 헐어버리고 아파트를 지어 ‘돈 벌었다’고 희희낙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50채 이상의 한옥 밀집지역이 98곳인 서울에서 62곳이 이미 재개발지역이어서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라고 한다. 이제 바돌로뮤의 승리가 주는 교훈은 다른 재개발 추진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발칙한 한국학>의 저자인 프리랜서 작가 J. 스콧 버거슨의 한마디가 많은 걸 대변해준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가운데 하나지만 사람들은 열렬히 새 것만 숭배한다. 출고한 지 5년이 지난 차를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없고 전통 한옥에 사는 사람들도 가뭄에 콩나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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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5-29 16:18:31수정 : 2009-05-29 16:18:32

1977년 5월 군에서 제대한 김민기는 선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부평의 한 봉제공장에 취직한다. 창고 재고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여공들의 고단한 삶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지켜보다 공장 여공들을 불러모아 새벽마다 조학(朝學)을 시작한다. 원단에 쓰인 간단한 영어 단어조차 읽지 못해 애로를 겪는 여공들이 가슴아파서였다. 거의 날마다 계속되는 야근 때문에 밤 공부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야학(夜學)이 아닌 조학이었다.

그 사이 김민기는 함께 생활한 노동자들의 합동결혼식을 주선하고 축가를 작사·작곡했다. 여공들에게는 친구 송창식이 만들어준 노래라고 둘러댔다. 그게 숱한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용기를 북돋운 ‘상록수’다. ‘상록수’는 김민기가 유일하게 용도를 정해놓고 쓴 노래라고 한다. 그 뒤 이 노래는 양희은의 앨범 7집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공식 발매와 동시에 금지곡이 됐다. ‘상록수’는 군사독재에 항거하던 대학생들의 입으로, 노동자의 입으로, 민주투사들의 입으로, 수많은 민중의 입으로 불리면서 푸르게, 더 푸르게 자라났다.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상록수’는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금지곡에서 풀린다. 1998년에는 정부수립 50주년을 기념하고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만든 텔레비전 광고에서 주제곡으로 쓰인다. 골프 스타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 장면과 더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 바로 그 노래다. 2002년 3·1절 기념식 때는 양희은에 의해 축가로 불리는 파격이 일어난다. 정부 공식행사에서 대중가수가 축가를 부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금지곡 신세에서 정부 홍보물로, 공식 축하곡으로 진화한 ‘상록수’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기타를 치며 직접 노래하는 선거 홍보영상물에서 보듯이. ‘상록수’는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불렸고 생전에 그의 가슴 속에서 상록수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인간 노무현의 영혼이 담긴 ‘상록수’는 그의 서거와 함께 국민의 가슴을 깊고도 애잔하게 파고들었다. 추모 마지막 날 밤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노제 때 절정을 이뤘다. 아니 ‘상록수’는 끝나지 않았다. 변치 않는, 추운 겨울일수록 더욱 푸름을 뽐내는 상록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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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