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8-07 17:58:37수정 : 2009-08-07 17:58:38

마크 하우저 하버드대 진화심리학 교수는 ‘트롤리 딜레마’란 흥미로운 통계심리실험을 실시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간단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 트롤리 전차가 철길 위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5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당신은 이 트롤리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꿀 수 있는 스위치 옆에 서 있다. 당신이 트롤리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꾸면 오른쪽 철로에서 일하는 1명의 노동자는 깔려죽게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두 번째 질문. 트롤리가 철길 위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 5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당신은 철길 위의 육교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이 이 트롤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뭔가 큰 물건을 열차 앞에 던져야 한다. 마침 당신 앞에 몸집이 큰 사람이 난간에 기대 아래를 보고 있다. 당신이 트롤리를 세우려면 그 사람을 떠밀어버리는 거다. 그러면 떨어진 사람 때문에 트롤리가 멈추고, 철길에서 일하던 노동자 5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놀랍게도 대답은 대부분 같았다. 인종, 나이, 학력, 종교, 문화적 차이를 불문하고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돌리겠다고 답변했다. 5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결정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다수가 몸집 큰 사람의 등을 떠밀지 않겠다고 했다. 어차피 한 사람의 목숨을 희생해 다섯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은 같은데도 말이다. 인간에게는 학습되지 않은 도덕가치가 존재하고 있음이 통계로 입증된 것이라고 하우저 교수는 해석한다. 수만년의 진화를 통해 인류의 깊은 의식 속에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문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쌍용자동차 노사 협상에서 가장 첨예했던 정리해고 문제도 트롤리 딜레마 같은 심리적 고뇌가 깔려 있음직하다. 노사 모두 어떤 선택을 해도 어느 정도 후회를 할 수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개인주의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공리주의를 택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논란이 됐던 농성자 640명의 운명이 무급 휴직 48%, 정리해고 52%로 엇갈린 제안을 최후의 순간에 수용해야 했던 노조 지도부의 가슴 속에 트롤리 딜레마의 그늘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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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