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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AI 디스킬링을 어쩌나

 궁금한 것이 생기면 뭐든 인공지능(AI)부터 찾는 시대가 됐다. 문제를 풀거나 자료를 분석할 때, 보고서를 쓸 때면 으레 AI를 켠다. 발표 자료를 만들고 회의록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 이미지 제작과 코딩까지 AI에게 맡긴다. 취업시장에서도 AI를 활용해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역량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AI 활용도가 높은 나라다. 마이크로소프트(MS)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생성형 AI 사용률은 전 분기보다 6.4%p 상승한 37.1%를 기록했다. 증가폭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생성형 AI 클로드의 활용도 역시 높다. 클로드를 개발한 앤스로픽은 한국의 앤스로픽 AI 활용 지수가 세계 7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세계 곳곳에서 AI에 지나치게 의존해 오히려 인간의 능력과 숙련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AI 디스킬링(AI deskilling)’이다. 디스킬링은 기술이나 도구에 의존하는 과정에서 전에는 스스로 할 수 있었던 일을 더 못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AI 디스킬링 현상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폴란드의 내시경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AI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선종(腺腫) 발견율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선종은 대장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용종의 한 종류다.

                                                                             


 AI 도입 전 3개월간 전문의들은 대장내시경의 선종 발견 비율이 28.4%이었다. AI 도입 후 3개월간 AI 보조 없이 수행한 대장내시경의 선종 발견율은 22.4%로 줄어들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하락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의료 종사자 조사에서는 간호사 70%, 의사 77%가 AI 과다 의존으로 말미암은 역량 상실이 우려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도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한 실험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아 코딩한 엔지니어들의 학습 내용 퀴즈 점수(50%)가 AI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67%)보다 낮았다. 특히 AI 없이 코드를 해석하거나 오류의 원인을 찾아내는 디버깅 능력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교육 현장에서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AI 디스킬링이 문해력, 수학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AI가 리포트 작성과 수학 문제 풀이를 대신해주자 학생들이 배워야 할 과정을 건너뛰는 문제점이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제대로 읽고 판단하지 못한 채 제출하는 방식은 문해력과 비판적 검토 능력 약화로 이어진다.


 AI 디스킬링은 조직과 전문직에서 집단 아이디어 획일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너도나도 AI 산출물을 비판없이 수용한 탓이 크다. 경쟁력을 높이려고 AI를 활용한 게 외려 약화를 초래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AI 디스킬링’의 발생 원인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제시한다. 우선 즉각적인 결과 중심의 사용 습관이다. AI가 정리된 답을 바로 제시하면 스스로 자료를 찾고 검증하는 과정이 생략되기 쉽다.


 그 다음은 인지적 외주화다. 인간은 정보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쉬운 경로를 선택하는 성향이 짙다. AI가 사고와 판단 일부를 대신하면 그만큼 인간의 검토 강도가 낮아진다.


 초보자의 시행착오 부족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경력이 짧은 사람은 반복 작업과 오류 해결을 통해 기본기를 쌓는다. 이 과정을 AI에 맡기면 숙련자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경험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생성형 AI는 기존 자동화 기술과 달리 정보해석 추론 판단같은 인지활동에 관여하기 때문에 영향 범위가 넓다. 디스킬링은 기술을 너무 많이 쓰는 차원을 넘어 어떤 부분을 AI에 맡기고 어떤 부분을 사람이 할지 정하지 못할 때 커진다.
 문제는 AI 디스킬링을 피하기 위한 확립된 해법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여러 예방법을 제시한다.

 

 AI 역할을 적절히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스스로 문제를 풀어본 뒤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좋다. 목표를 세우고 초안을 작성한 다음 AI에게 피드백을 받거나 AI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이 직접 수정·검증하는 방식이다. AI를 최종 판단자가 아니라 보조 의견, 피드백 제공자, 질문 생성기, 검수(檢修) 도구로 설정하면 결과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유지하기 쉽다.


 조직 차원에서는 AI에 맡길 수 있는 하위 업무와 인간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본질적인 판단 영역을 구분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기계의 도움 없이 문제를 정의하고 오류를 감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면 조직 전체의 사고 역량 약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개인 차원에서는 AI를 정답을 빨리 얻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확장하고 검증하는 도구로 쓰는 방식이 디스킬링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AI 디스킬링 문제는 앞으로 10년간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이 경각심을 방증한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