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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7)--<사물에 본성에 관하여> 루크레티우스 ‘방황하는 나그네여, 여기야말로 당신이 진정 거처할 좋은 곳이요. 여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선(善), 즐거움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에피쿠로스학파의 정원으로 통하는 문에는 이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현판이 내걸렸던 것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에피쿠로스는 원자론적 유물론과 쾌락주의를 주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쾌락주의는 방탕이나 환락을 즐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마음의 평정’(아타락시아)과 절제를 좇는다. 부귀영화가 아닌 박애, 산해진미(山海珍味)가 아닌 소박한 음식, 색욕보다 우정을 추구한다. 세상의 쾌락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쾌락주의 철학의 역설 같다. 플라톤학파(아카데.. 더보기
‘내적 소모효과’의 최적 모델, 정윤회 사건 정윤회 씨 국정개입의혹 사건의 전개 양상을 보노라면 게잡이 어부의 바구니 속에 담긴 게들을 연상하게 된다. 게가 한 마리일 때는 쉽게 기어 나온다. 이때는 반드시 바구니 뚜껑을 덮어야 한다. 하지만 두 마리 이상 잡아넣으면 뚜껑이 필요 없다. 서로 엉켜 절대로 기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 한마리가 바깥으로 나가려 하면 나머지 게가 집게발을 이용해 밑으로 끌어내린다. ‘게가 엄지발을 떨구고 살랴’는 속담이 있을 만큼 게의 집게발은 강력하다. 다른 게가 출구에 다다를 때쯤이면 또 다른 게가 끌어내린다. 자기만 올라가 살려는 본성이 나타나서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모든 게가 기진맥진해 거품을 내뿜으며 포기할 수밖에 없다. 구성원이 장기적인 공동 이익을 도외시하고 눈앞의 자기이익에만 급급하면 모두가 죽는다.. 더보기
새 교육문화수석에게 기대해도 좋을까? 지난 주 장·차관급 인사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인사의 초점과 논란의 대상이 단연 국가안전처 장·차관과 인사혁신처장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자리에 발탁된 김상률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가 교육문화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어서다. 그것보다 더 궁금한 건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기용하던 인물성향과 다른 점이다. 추천 경위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더러 있으나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전공분야와 언행, 대외활동 같은 것들이 주류와 거리감이 있거나 진보적인 성향에 가까워 정권과 코드가 같지 않은 사실이 눈길을 끈다. 김 수석은 미국문학사 외에 미국소수자문학,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등 진보적 사상을 연구하고 가르쳐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대학의 시장화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