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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특별감찰관 임명이 절실한 까닭

 여권의 부적절한 인사청탁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 약속을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득달같이 일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이 나눈 ‘인사청탁 문자’는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다. 인사청탁 문자에 ‘넵,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건 인사를 사적 네트워크로 다룬다는 의혹을 낳을 만하다.


 더욱 충격적인 건 이들이 대통령에게 임명 권한이 없는 민간단체 협회장까지 인사청탁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김 비서관이 사퇴하고, 문 의원은 사과로 끝냈지만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국정감사에 끝내 출석하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현지 부속실장의 ‘대통령실 실세’ 의혹을 다시 부추겼기 때문이다. 김 부속실장을 지키기 위해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풍문까지 무성하다.


 집권당에선 반성은커녕 ‘김남국 동정론’이 쏟아져 기가 막힌다. 강득구 의원은 김 비서관이 물러나자 페이스북에 ‘세상이 그에게 돌을 던진다면 함께 맞겠다’며 감싸 안았다. 박지원 의원은 같은 날 ‘형·형님·누나·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민주당의 언어 풍토’라고 옹호했다. 특별감찰관이 있었다면 이렇게 끝내지 않고 당장 조사에 착수했을 터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때 김건희 여사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특별감찰관 임명을 강도 높게 요구했던 때와 판이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특별감찰관 후보에 대한 국회 추천’을 요청했으나 국회에서는 한차례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민주당 내에서도 이를 논의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내일신문 12월 5일 1면 머리기사>

                                                                                       


 특별감찰관 제도가 도입된 배경을 보면 절실한 까닭이 명확해진다. 이 제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처음 도입됐다. 그의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 때 모든 게 그의 형을 통하면 된다는 ‘만사형통’이란 풍자 조어가 생겨났다. 끝내 친형이 뇌물수수 비리로 감옥에 가는 일도 벌어졌다. ‘왕차관’이란 별명이 붙은 최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전횡까지 더해진 터였다. 

 

  ‘만사형통’이라는 말은 그 후 여러 정권에서 다양한 풍자 언어로 변주되는 계기가 됐다. 김현지 부속실장이 ‘만사현통’이란 별명을 얻은 것도 여기서 비롯했다.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는 가족·측근 비리가 우려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자 이를 막기 위해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만약 감시망이 뚫려 비리가 발생하더라도 상설특검이 즉각 수사에 나서는 이중안전장치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약 발표 뒤에도 친박근혜계 좌장 역할을 해온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선거자금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에 앞서 대통령 가족·측근 비리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도 예외 없이 불거졌다.


 제2의 이상득·박영준 막겠다는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뒤인 2015년 3월 정식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은 2016년 9월부터 사라졌다.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비서관과 마찰을 빚어 사임한 뒤 10년 가까이 다시는 임명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퇴를 막았다면 탄핵당하고 감옥에 가는 일이 없었을지 모른다. 윤 전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했더라면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을 조금은 통제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문 전 대통령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했더라면 전 사위 취업 특혜 문제로 퇴임 후 수사까지 받는 곤욕을 치르지 않았을 수 있다.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감시자의 존재는 예방에 중요하다.


 내일신문 보도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실과 여당은 특별감찰관의 중립성에 대한 불신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생각 때문에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핑계로 받아들여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으니 특별감찰관이 필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후 대응이고, 특별감찰관은 사전 예방에 초점이 맞춰 있다.


 특별감찰관 임명 여론이 비등해지자 어제(7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나서 꼭 임명하겠다고 약속하고, 국회가 추천하기를 희망했다. 중요한 것은 국회를 거쳐 최종 임명하는 일이다. 아직 미덥지 않다.

                                                                                        

                                                                                                             이 글은 내일신문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