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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법조·경제관료 카르텔이 강고한 병폐다

 ‘전관예우’라는 용어는 지구촌에서 한국에만 존재한다. 전관예우라는 말로는 모자라 ‘후관예우’ ‘쌍관예우’라는 말까지 생겼다. 한국이 모방한 일본의 사법체계에도 전관예우라는 말은 없다. 한국 인터넷사이트에는 유명한 ‘전관예우 변호사’를 찾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전관예우 방지법’과 ‘후관예우 방지법’이 마련됐지만 형식적이어서 실효성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법 집행을 믿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사법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2023 번영지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67개국 중 사법시스템 신뢰지수가 155위였다. 사법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 전관예우가 제공한다. 말이 전관예우이지 사법거래이자 사법비리나 다름없다.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검사장같은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라면 위임장이나 선임계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건 처리에 영향력을 미친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은 수사단계에서부터 특별하게 취급된다고 한다.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하는 ‘전화 변론’ ‘몰래 변론’ ‘포스트잇 변론’ 같은 기막힌 편법도 늘어났다. 위반해도 과태료 처분만 받으면 그만이다. 대법관 이름만 올려도 3000만원, 전화 변론은 5000만원이 관행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고액 수임료에 비하면 과태료가 워낙 낮아 있으나마나 한 징계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 신임 대법관은 5년간 대형로펌에 의견서를 써 주고 18억원이나 받았으나 국회에서도 통과했다. 엄청난 이권 카르텔인 법률시장은 연간 7조7000억원(2021년 기준)에 이른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은 법조 카르텔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고위 판·검사 출신 인사들의 연루 명단이 공개된 지 2년이 가깝지만 부실수사로 당사자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대법원의 ‘재판거래의혹’까지 불거졌으나 아무도 규명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통계청이 발간하는 ‘한국의 사회지표’ 가운데 검찰의 ‘신뢰도와 공정성 동반 꼴찌’ 수모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째 이어졌다.


 이런 ‘법조 카르텔’이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적폐라는 비판을 받는다. 특권의식으로 뭉쳐 공생관계로 이권과 혜택을 극대화하고 공직 은퇴 후도 사실상 전관예우를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파다하다.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가 오죽했으면 법조인 출신 대학교수가 ‘불멸의 신성가족,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이라는 책까지 썼을까.


 고위 관료집단 카르텔도 이에 못지않다. 특히 경제관료는 불패신화의 카르텔이다. 관료사회의 전유물인 전관예우가 작용한 사례가 불과 얼마 전에도 드러났다. 최근 3년 동안 조달청·관세청·통계청의 세 기관 퇴직공무원이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민간 법인과 수의계약으로 처리한 거래 규모가 1555억원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를테면 조달청에 근무하던 김갑돌씨가 퇴직해서 한 기업의 임원으로 취업한 뒤 조달청에 납품하는 물품의 수주를 독차지하는 것과 같은 사례다. 여기서 정부 부처의 퇴직공무원이 공기업 퇴직임직원보다 허술한 전관예우 규제를 받는다는 게 들통났다.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최근 수십억 원대의 탈세를 했음에도 서류상의 대표만 처벌받고 사실상의 실소유주는 빠져나간 사건도 있었다. 국세청 간부 출신인 세무사가 탈세조사를 하던 세무서의 고위 간부를 찾아가 부탁해 ‘전관예우’ 덕을 봤기 때문이었다.


 ‘전관의 힘’을 제대로 과시한 사례의 하나로 최근 10년간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앤장에 재취업한 경제부처 공직자가 1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꼽기도 한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같은 막강한 힘을 지닌 경제부처 출신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퇴직 당시의 4.4배인 2억9700만원으로 밝혀졌다. 대형로펌은 정부 각료를 만드는 ‘인사 회전문’으로도 유명하다.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같은 경제부처 출신 인사들은 정부 고위관직으로 다시 들어올 때 그동안의 거액 연봉이 논란거리가 됐다.


 법조인과 고위관료들은 대기업 사외이사로 대거 진출해 장기간 특혜를 누리기도 한다. 사외이사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기업들이 힘이 센 권력 집단의 카르텔을 활용하려는 의도와 맞아 떨어져서다. 국내 30대 그룹이 올해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 셋 중 한명은 관료 출신이다. 그 가운데 검찰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출신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검찰 외에는 국세청 법원 공정거래위원회 같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관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처럼 가장 강고한 법조·고위관료 카르텔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이권 카르텔은 제쳐놓고 선택적으로 척결전쟁을 부르짖으면 국민이 공정하다고 여길까.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