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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시즌2가 더 좋았던 적이 없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물이 대박 나면 ‘시즌 2’를 만들곤 한다. 첫 작품의 열풍에 미련이 남아 더 우려먹고 싶은 마음에서다. 게다가 새로운 작품보다 힘을 덜 들이고도 웬만큼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즌2가 시즌1을 능가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윤석열정부는 이명박정부가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그 시즌2가 되려고 애쓴다. 윤석열정부 정책은 상당 부분 ‘이명박정부 시즌 2’로 재탕하고 있다. 특히 인사에서는 검찰 출신 아니면 친이명박계다.


 최근 통일부장관에 이명박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출신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발탁한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임명한 데서 정점에 이르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미대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정책실장,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각각 이명박정부에서 일했다. MB정권 이인자로 불린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윤 대통령이) 인사를 너무 우리 때 사람으로 하니까 나도 헷갈린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클리앙 제공

   ‘정권 시즌2’에서는 주요 배우가 같아서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타성적인 연기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의 핵심 조직과 정책을 다루는 인물이 10여 년 전과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면서 시대정신이나 현실 상황과 맞지 않을 때가 많다.


 경제사령탑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실 비상경제상황실장 겸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글로벌금융위기 후속 수습 대책을 지휘한 인물이다. 추 부총리는 낡은 정책으로 말미암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4%라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3% 수준인 글로벌 성장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일본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게 확실해졌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더 부정적이어서 올해 1.1%, 내년 1.9%다. 이대로라면 성장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4년 이후 처음 2년 연속 1%대 저성장의 불명예를 기록하게 된다.

 

 ‘부자감세’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상반기만 83조원에 이른다. 연간 44조원의 세수펑크가 예상돼 4년 만에 세수 결손이 불가피해졌다. 경제위기 때의 감세와 작은정부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명박정부 때 이미 보여줬다. 무역수지와 재정수지의 대규모 쌍끌이 적자가 나라 경제의 곤경을 더한다. 한국 경제 규모는 10위를 자랑하다가 지난해 13위로 밀려났다. 보수진영에서도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이 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수군댄다.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팀도 MB정권의 핵심인물들이 꿰차고 있다. 조타수는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다. 나라와 국민의 자존심까지 무너뜨리는 ‘저자세 친일외교’ 논란의 중심인물이다. 그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지원 역할을 강조한 논문 여러 편을 쓰는 등 학자 시절부터 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외전략기획관으로서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추진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때때로 굴욕적 언행을 보이는 대통령과 누구보다 죽이 잘 맞는다.


 이종섭 국방부장관도 김태효 1차장과 함께 MB 대외전략 비서관실에서 함께 일했던 인물이다. 이 장관은 육사 교내의 일제강점기 독립군 장군들의 흉상을 철거하겠다고 나서 진정한 애국과 국방정신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역시 뉴라이트 계열의 김영호 장관은 ‘시즌 2’에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존재했던 남북대화·교류·협력 기능을 사실상 형해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퇴행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MB정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었던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교육개혁을 한다면서 MB정부 당시 사교육을 부추긴 것과 닮은꼴의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다.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해놓고선 외고·자사고 존치와 일제고사 부활로 돌아갔다.


 MB 환경비서관을 지낸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본업인 환경문제를 경제부처 일처럼 다룬다.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활용하겠다며 MB 시절 정책으로 돌아갔다. MB정권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좌파 적출 논란의 장본인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문화특보로 돌아왔다.


  시즌2의 화룡점정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이다.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는 방송 장악을 위한 윤석열정부의 움직임은 이명박정부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그 선봉장이 이 위원장이어서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는 우려를 낳는다.


 준비없이 최고지도자가 된 윤 대통령이 ‘이명박정부 정도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즌2를 제작하겠다는 뜻인지 궁금하다. 그것도 MB 시절의 ‘퇴행적인 인물’들을 다시 캐스팅하면서 말이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