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자선기금 단체이자 공동모금회의 원조(元祖)인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는 1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모범 공익단체이지만 대표 비리 혐의로 한때 엄청난 아픔을 겪었다. 1990년대 초반 윌리엄 아라모니(William Aramony) 회장의 공금 유용, 호화 씀씀이, 고액 연봉 등이 탄로가 나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아라모니는 1954년 유나이티드 웨이 평직원으로 출발해 1970년부터 1992년까지 22년간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면서 창의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었다. 1990년 무렵 아라모니가 부인과 이혼한 뒤 10대 여자친구와 호화여행을 다니며 씀씀이가 헤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유나이티드 웨이 이사회와 언론에 투서가 들어가 비리혐의가 본격적으로 불거졌으나 아라모니는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 수사기관이 나서 아라모니가 두명의 직원과 짜고 71차례에 걸쳐 100만달러를 불법 유용하고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밝혀냈다. 아라모니가 젊은 연인과 비행기 일등석을 타고 런던 이집트 등지로 호화 여행을 일삼았고, 여자친구에게 8만달러 상당의 선물까지 준 것으로 드러났다. 아라모니의 연봉은 46만달러(약 5억원)가 넘었다.

 

   아라모니는 결국 버지니아 지방법원에서 회계부정 사기음모 자금세탁 등 23개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연방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했다. 30만달러의 추징금도 뒤따랐다. 아라모니를 겨냥한 가장 큰 비판은 공금과 사비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유나이티드 웨이의 모금 활동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후 유나이티드 웨이는 10여년 동안 운영방식과 지배구조를 바꾸고 윤리강령도 정비하는 등 뼈를 깎는 쇄신 노력으로 신뢰를 되찾았다. 평직원에서 성장한 브라이언 갤러거 회장이 2002년 새 리더가 된 이후 40여 개국에 1800개 지부를 두는 유나이티드 웨이 월드와이드 조직으로 거듭났다.


 유나이티드 웨이를 롤모델 삼아 1998년 설립된 한국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10년 전 공금을 흥청망청 낭비하는 비리 때문에 회장, 이사 전원, 사무총장까지 사퇴한 일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7억원이 넘는 돈을 부당하게 집행하고, 다른 공공기관 직원들보다 임금을 세배나 많이 올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사실이 드러났다. 업무용 카드를 단란주점과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서 유흥비로 써 질타를 받았다. 이 때문에 2010년 ‘사랑의 온도탑’ 모금액이 사상 처음 100도 미만으로 끝났다. 그 뒤 투명한 단체로 새롭게 태어나 신뢰를 회복하고 모금활동도 정상을 되찾았다.


 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당선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겨냥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인권운동가의 기자회견으로 불거진 의혹은 당사자의 거듭된 해명에도 의심이 걷힐 줄 모른다. 구체적 물증으로 증명하지 않는 한 설득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윤 당선자와 정의연의 의혹은 단순한 회계 부적절성을 넘어 횡령과 배임 의혹으로 번졌다. 안성 위안부 할머니 쉼터 매입과 매각 과정, 윤 당선자 아버지 관리자 채용, 개인 아파트 구입자금, 국고보조금과 기부금의 공시 누락, 개인계좌 기부금 모금 등 밝혀져야 할 돈의 규모는 10억원대를 훌쩍 넘어선다. 해명 과정의 잇따른 말 바꾸기는 불신의 폭을 더욱 넓혔다.


 사회적으로 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무책임한 일탈 행위를 많이 한다는 연구결과가 ‘도덕적 면허효과’(moral licensing effect)다. 윤 당선자도 도덕적 면허효과 함정에 빠졌을 수 있다. 이제 정의연의 활동을 지지하고 돕는 것과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됐다.


 기부활동이 왕성한 미국에는 남이 준 돈을 사용하는 데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사회적 동의가 존재한다. 기부에 의존하는 공공단체들이 회계에 더 투명해야 하는 까닭이다. 윤 전 이사장이 벌여온 30년간의 정의로운 활동이 폄훼되지 않아야 하지만, 도덕적 책임이 있다면 분명하게 져야 한다. 그렇지만 정의연의 일본군 위안부 인권운동을 왜곡하거나 방해하려는 시도는 단연코 막아야 한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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