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근육질을 자랑하는 스트롱맨 지도자들에게 굴욕을 한 바가지씩 안겼다. 반면 침착하고 세심한 여성 지도자들에게는 비교적 다소곳했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지도자들은 코로나19 때문에 하나같이 리더십에 균열이 생겼다. 이와 달리 코로나19를 상대적으로 잘 관리하는 나라의 지도자 가운데 여성이 많은 게 두드러진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5월 10일 존스홉킨스대 집계 기준으로 40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28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미국은 213개 코로나19 발생국 중 압도적 1위를 지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미국은 확진자 130여만명에 사망자가 8만명에 근접했다. 세계 최강 미국의 불명예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트럼프의 리더십을 소환한다.


 코로나19 첫 발생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책임회피와 은폐 의혹으로 세계적인 공세에 시달린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통제국면으로 돌렸지만 총체적인 후유증은 만만찮다. 도쿄 올림픽 욕심 때문에 안일하게 대처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권이 흔들릴 정도로 위기에 빠졌다. ‘아베노마스크’가 상징하듯 아베의 코로나19 대책 부실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어느새 코로나19 확진자 세계 5위로 올라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견고했던 정치적 위상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 종신집권을 꿈꾸던 푸틴은 4월 말로 예정됐던 개헌 국민투표가 연기되는 악재를 만났다.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 10위에 오른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국민 건강 대신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위기를 키웠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중국을 뛰어넘어 세계 8위를 기록 중인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부실대응과 개념 없는 발언으로 탄핵 위기에 놓였다.


 4위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국민 건강을 지켜주지 못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19를 우습게 여기다가 자신이 중환자실에 실려가는 망신을 당했다. 세계 2위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 3위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6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지도력에 상처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다. 남성 지도자를 둔 방역 모범국은 현재까지 한국 베트남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스트롱맨들과는 대조적으로 대만 뉴질랜드와 유럽 여러 나라의 여성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차별화한 지도력을 보여주었다는 중평을 받는다. 여성이 최고지도자인 나라는 152개 선출직 국가(올해 1월 기준) 중 10곳에 불과하다. 대표주자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다. 대만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확진자 440명, 사망자 6명(10일 기준)으로 가장 선방한 나라에 속한다. 치밀한 방역대책이 호평을 받아 대만을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로 인정해야 한다는 호의적인 국제여론까지 생겨났다.


 저신다 아던 총리가 이끄는 뉴질랜드는 확진자 1494명, 사망자 21명 상태(10일 기준)에서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주도면밀, 과감한 판단, 신속한 의사결정이 그 비결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독일은 다른 유럽 주요국과 달리 대규모 선별 검사를 처음부터 추진해 확진자가 17만여명이지만, 사망자는 7500여명으로 최소화했다.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최초로 아이들을 위한 데이케어센터 문을 연 국가에 속하면서 방역 모범 유럽국가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번주 중·고교가 개학하는 노르웨이의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 아이슬란드의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도 흡사하다. 침착하고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한국 방역의 중심인물로 떠오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연상케 하는 지도자들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 중 유일한 남성 총리 스테판 뢰벤이 최고지도자인 스웨덴은 사실상 코로나19 방역포기 국가를 선언했다.


 일반화하기에는 성급할 수 있으나 방역 시스템, 문화와 시민의식의 동질성 등을 고려하면 여성지도자들이 코로나19 국난 극복에 보여준 모범사례는 여성 리더십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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