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체로 번진 코로나19는 모든 나라의 정부와 시민의식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대중의 공포를 먹고 사는 코로나19는 자연스레 정부의 위기관리능력과 국민 수준을 저울질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던 확진자가 주춤하기 시작한 것은 방역 당국의 눈물겨운 투쟁과 더불어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해외에서 한국의 발 빠른 방역작업과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한결같이 주목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해외 주요언론은 한국의 시민의식을 아낌없이 호평한다.


 해외 주요언론은 최초 발병국이자 최다 발병국인 중국과 차별화한 한국의 대응을 롤모델로 꼽는다. 이들은 무자비할 정도로 강제적인 중국의 확산저지 작전과 달리 한국에선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이 효험을 보고 있다는 점에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전체 확진자의 대다수가 나온 대구를 ‘도시 봉쇄’ ‘이동 통제’ ‘제재’ 같은 조치 없이 시민들의 자제로 관리하는 게 놀라워 보이는 것 같다. 확산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가 북부 지역에 내렸던 봉쇄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는 것과 사뭇 대비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한국인들은 나라 밖에서 민주적 시민의식의 표상으로 불린다. 대구에서 의료 봉사를 이어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구시민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높은 점수를 준다. 모임을 취소하고 종교 행사를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도 모두 자발적이다. 거의 모든 건물에 손 소독제가 자발적으로 비치되고, 열화상 카메라로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도 세계인의 주목거리다.


 모범적인 자가 격리와 다양한 활동으로 코로나19 확산과 싸우는 시민들도 박수를 받을만하다. 울산의 24번째 확진자는 귀감 사례였다. 양성 판정을 받은 이 30대 여성은 조모상을 당하자 자기 승용차로 집단감염 중심지인 대구에 있는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장례식을 마친 후에는 가족이 함께 사는 자택이 아닌 원룸으로 가 대부분 시간을 홀로 보냈다.


 온라인상의 ‘마스크 안 사기 운동’도 화제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하자 취약계층에 구매 기회를 양보하자는 취지다. ‘악마는 제일 뒤에 처진 꼴찌부터 잡아먹는다’는 서양 속담을 떠올리며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갸륵한 마음씀씀이다. 임대료를 낮춘 ‘착한 건물주’ 같은 시민의식에 대한 칭찬도 빼놓을 수 없다.

                                                                      


 ‘승차 검진(드라이브 스루 검진)’이 세계적 표준의 하나로 꼽히는 것을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유전자’에 대입해 보는 분석도 흥미롭다. 주요 외국 방송들은 승차검진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미국의 한 국회의원은 한국에 가서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보여주는 한국의 저력이 ‘비판과 시험에 개방된 특성에서 비롯한다’는 관점이 눈길을 끈다. 민주주의가 개인의 자유와 정부의 책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근거가 덧붙여졌다. 실제로 한국은 올해 초 발표된 민주주의 지수가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정치인들이 점수를 까먹고 있긴 하지만,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일본보다 높고, 심지어 미국에도 앞선다.


 소수이지만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 시민이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에게서는 실망스러운 모습이 발견된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사회적 거리두기운동이 벌어지던 때에 1박2일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확진자가 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강해이다. 더구나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방역의 주무 부처다. 자가격리 대상자인 대전의 한 군인은 거주지 부근 마트와 의원을 제멋대로 방문하기도 했다. 대구의 한 구청 공무원이 자가격리 중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한 확진자는 마스크 구매 대열에 섞여 있다가 들통났다. 시민들의 분투에 힘을 빼는 일이다.


 끊이지 않는 일부 개신교회의 오프라인 예배 강행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또 다른 위험요소다.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언론사와 정부 부처 명의로 유포하는 악의적인 수법으로 코로나 19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세력들도 방역의 장애물이다. 한풀 꺾였지만 위기감은 여전하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안전을 함께 지키려는 시민의식이 한층 절실하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