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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치킨호크 ‘법무총리’ 후보자

 오늘부터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야누스의 얼굴을 닮았다. 법과 양심의 잣대가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다. 남에게 매서운 원칙을 들이댄 그의 삶은 편법·탈법·반칙투성이로 얼룩졌다. 남들에겐 철저하게 적용하는 애국심과 국가관도 정작 본인에겐 느슨하고 형식논리에 급급하다.

 

 그의 프로필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한 공직자다. 실제로 그는 준엄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하고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청와대도 그를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치켜세운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도록 강요하는 황 후보자는 막상 의심쩍은 병역면제 때문에 ‘치킨호크’(Chickenhawk)로 낙인이 찍혔다. ‘치킨호크’는 군대도 가지 않은 사람이 남보다 큰 목소리로 국가안보를 외치는 이중인격자를 일컫는 정치 속어다. 겁 많은 병아리 주제에 겉으로는 용맹한 매인 척하는 비겁한 강경파를 의미한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앤드루 제이콥스 전 미국 하원의원이 베트남전 확전을 주장하던 보수 강경파 공화당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병역을 기피한 정치인이었다며 ‘제이콥스 리스트’를 터뜨려 생겨난 조어다.

                                                                                          


 만성담마진이라는 괴이한 병명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황 후보자는 365만 명 가운데 4명에 불과한 확률 0.000001%에 해당한다. ‘신의 아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것도 병역 면제 6일 뒤 만성담마진 판정이 나왔다는 기록이 의혹을 증폭시킨다. 병역 면제를 받을 만큼 고통이 극심한 병을 앓으며 고시 공부를 했다지만 장기 치료 증명도 못하는 게 더욱 의심스럽다. 법과 원칙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황 후보자의 첫 번째 총리 부적격사유다.  


 법무법인에서 17개월간 근무하고 16억 원의 보수를 받은 전관예우 의혹은 두 번째 결격 이유다. 황 후보자는 변호사 시절 수임한 119건 가운데 19건은 세부내용을 지워 ‘19금’이란 의혹이 붙어 다닌다.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활동을 못하도록 한 변호사윤리장전을 위반했다. 여야 합의에도 법조윤리협의회가 ‘19금’ 열람을 거부하는 것은 수상쩍기 그지없다. 부산고검장으로 퇴임한 이후 부산지검 사건을 수임한 것은 실정법 위반이 아니지만, 꼼수와 반칙의 달인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혹도 법 집행 최고책임자에게 치명적인 흠결이자 위선에 속한다. 미국이라면 아예 인사청문회에 올라오지도 못한다.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실제 거래가보다 1억여 원이 낮은 가격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등록세를 탈루한 혐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황 후보자는 딸이 결혼을 앞둔 남편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확인서를 써줘 재산이 사위에게 흘러들어가게 해 450만원을 편법으로 절세했다. 앞서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아들에게도 비슷한 증여하는 꼼수를 드러내 보였다. 아들의 전세자금으로 3억 원을 빌려줬다는 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장관 내정 후에야 증여세를 납부한 뻔뻔함은 ‘미스터 법질서’의 기개와는 거리가 멀다. 여러 차례 교통범칙금 체납으로 차량이 압류된 전력은 자기편의적이고 졸렬한 준법의식이다.


 법치를 역설하는 법무장관이 교회법을 실정법 위에 놓고 있는 사실도 정교분리 원칙의 중대한 위반행위다. 공안총리나 국민분열총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그 다음 문제다. 평생 법을 집행한 검사출신 ‘법무총리’ 후보자는 늘 이런 식으로 법을 대해왔다.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법질서에서도 황 후보자는 “치킨호크’다. 안대희 총리지명자가 전관예우 하나 때문에 사퇴한 것은 개혁을 주도할 명분이 없다는 최소한의 양심 때문이었다.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든 장본인이 나라의 기본을 바로 잡겠다고 나선다면 누가 따르겠는가. 과거의 치명적인 잘못을 미안하다고 몸을 낮추면 국회가 무사통과시키는 풍조가 계속되면 미래세대의 희망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장관 청문회를 거쳤으니 메르스 공포 속에서 어물쩍 국무총리 인준과정을 통과한다면 이런 비극이 따로 없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