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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미래세대가 원하는 국정개혁을!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라는 낱말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가 이끄는 조직에는 어김없이 ‘미래’란 단어가 들어간다. 2002년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당부터 ‘한국미래연합’이다. 2010년에 띄운 대통령선거용 싱크탱크 이름은 ‘국가미래연구원’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부처도 ‘미래창조과학부’다. 청와대에도 ‘미래정책수석비서관’ 자리를 신설했다.


   현실은 이런 명분적 의지와 정반대다. 박 대통령은 유독 미래세대로부터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그 폭은 훨씬 확장됐다. 가장 최근의 갤럽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전반적인 긍정 평가도 46%로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50%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특히 20대와 30대의 부정 평가는 각각 53%와 66%에 달한다. 40대의 부정평가가 50%로 상승한 것은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참사 전에 비해 무려 22%포인트나 늘어났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 이상 과거세대에 의존한다. 세월호 참사에도 50대의 국정 긍정 평가는 57%에 이른다. 60대의 지지율은 무려 78%에 이른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해도 꿈쩍하지 않는, 맹목적인 지지세대다. 50대 이상 노년층의 일방적인 쏠림 현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박 대통령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바닥인 까닭은 ‘미래’라는 깃발을 들고 과거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 보좌진의 사고방식마저 5·16 쿠데타와 유신체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정 핵심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유신체제를 입안하고, ‘우리가 남이가’ 같은 지역감정을 주무기로 삼아온 전형적인 구태 인물이다. 나란히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융통성이라곤 없는 과거세대인데다 무책임의 대명사로 낙인이 찍혔다. 과거지향적이면서도 권위주의 국정운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통령은 주요 대선 공약만 실천에 옮겼더라도 어느 정도 성공적인 국정운영의 바탕을 마련했을 개연성이 높다. 핵심공약인 경제민주화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경제민주화는 오로지 득표 전략의 도구로만 쓰였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신간 ‘21세기 자본론’이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점에 비춰봐도 경제민주화는 시대정신의 대세다. 피케티는 최상위 1%에 소득과 부가 집중되면서 세습자본주의로 회귀하고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일을 해서 버는 돈은 물려받은 재산이 벌어들이는 돈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게 골자다. 문어발 사업확장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재산을 상속시킨다면 사회적 불평등은 세습될 수밖에 없다.

                                                                                                


   100%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통합 약속도 어디서 잠자고 있는지 찾아 볼수 없다. 얼마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박 대통령의 공약이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국민대통합은 0%였다. 시사점이 크다. 건전한 비판조차 오로지 ‘종북’으로 매도하는데 여념이 없는 고령층 국민의 반쪽 대통령일 뿐이다. 세대·계층·지역·이념·빈부·노사 간극은 한층 심해지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과거세대인 50대 이상의 콘크리트 같은 지지율에 취해 구름 위에서 제왕적인 통치를 해왔다는 화살을 피하기 어려웠다. 대통령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뭘 바꿔도 소용이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소통·쓴소리·인사·통합·대안·여당·야당의 일곱 가지가 없다는 비판을 왜 받아왔는지 원점에서 성찰해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생각과 행태를 정반대로 검토해 본다는 자세로 시작해야 한다.


   국정개혁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시대정신에 걸맞지 않는 인사들을 모두 교체하는 작업이다. “우리나라는 무슨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아부에만 열중하는 박승춘 보훈처장 같은 인물에 둘러싸여 있어서는 미래가 없다. 9·11 테러 같은 외부세력의 공격과 정부의 무능·무책임을 같은 반열에 놓으려는 오만이 게속될 것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국정개혁은 젊은 세대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 미래세대의 생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