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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책읽는경향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선비들은 양반 신분의 일원으로서 남다른 특권을 누렸다. 출세의 지름길인 문과에 응시할 자격처럼 남들이 갖지 못한 권리를 향유했고, 병역의 문제와 같이 남들이 하고 싶지 않은 의무에서 빠지는 특권도 누렸다...혹자는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맞아 자발적으로 의병을 일으킨 선비들을 추앙한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추앙으로 끝나야지, 의병을 예로 들어 조선 사회의 선비 전체를 추앙하는 데까지 나아가면 안 된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독점적 지배층으로서 우선적으로 할 일은 의병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의병이 아예 필요 없는 튼튼한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왜란이라는 초유의 국난을 경험한 후에도 양반의 군역은 예전처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한 선비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군역 부담 자체가 세습 신분제와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양반들은 죄다 군역에서 빠지고 상민들만 군역을 부담하게 된 상황에서 군역을 부담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양반이 아님을 드러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반도 무조건 직접 병기를 갖추고 국방에 임하자는 주장을 편 선비는 한 사람도 없었다. 조선 후기에 국내의 상공업 발전을 중시함으로써 비교적 가장 현실성 있는 국방강화책을 제시한 박제가도 <북학의>에서 양반의 군복무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조선 후기 군역 관련 논의는 정작 군역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최고 상위층, 곧 양반들을 제외한 채 진행되었다.”

 조선을 지배한 선비들의 또 다른 얼굴이다. 지금은 어떨까. 19대 총선의 남성 후보 군면제율은 지역구 17.5%, 비례대표 22.9%였다. 2011년 신체검사를 받은 19세 남성의 병역 면제율은 1.9%에 불과하다. 세금 한 푼 안낸 후보도 적지 않다. 엘리트의 중심가치는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