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은 남북통일의 문을 열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것도 평화적으로 말이다. 어쩌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일지도 모른다. 너무 앞선 생각이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역사의 흐름을 누구도 거꾸로 돌릴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극력 반대가 예견되는 남북통일은 지난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국제정치적 정세 분석에는 일단 동의한다. 하지만 남북한 당사자들은 중국의 반대를 능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한밤중에 도둑 같이 오는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남북한이 합의를 거쳐 체제의 기틀을 새로 마련하고 점진적 평화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다만 통일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대로 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만은 늘 염두에 두자. 역사적 사건에는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역사의 진로를 트는 속성이 있다고 한 영국 역사학자 허버트 버터필드의 통찰을 떠올릴 만하다.
                                                            

                                                   <김정은 자료 사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은 통일의 물꼬를 트는 첫 관문이다. 당장 임기 1년여를 남긴 이 대통령의 가장 큰 마무리 숙제는 한반도 평화 관리가 될 수밖에 없다. 첫 손가락에 꼽아야 할 것은 북한 내부의 안정을 적극적으로 돕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의 대북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지난 일에 얽매이거나 명분을 재다보면 모든 게 꼬이고 만다. 준비된 매뉴얼이 있다면 상황에 따라 획기적인 보완을 가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몫이 절대적이지만, 차기 정권을 담당할 대권주자들이 준비해야할 부분은 훨씬 더 무겁다. 차기 대통령은 평화적 남북통일의 초석을 놓는 담대한 능력을 예비해야한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걸맞게 평화체제구축을 과감하게 뛰어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목표가 세워지면 이를 뒷받침하는 최적의 인재 풀을 만들어야 된다. 여기에는 진보·보수를 초월한 최고의 인재들을 망라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통일정책에 관한 한 남남갈등을 최소화하고 최대공약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국민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된다. 진보·보수로 나뉘어 극렬하게 대립하면 북한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기 어렵다. 정치·외교적 측면은 물론 경제·사회적 방략까지 준비된 지도자라면 금상첨화다.


 통일 채비에서 가장 요긴한 것은 남북한 주민이 한 민족이라는 굳건한 믿음이다.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권력층의 마음까지 살 수 있도록 꾸준하고 대범하게 진력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에는 북한이 긴급한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남북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서적 문제나 사소한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 북한 권력층과 통 크게 담판을 지을 수 있는 꿈을 가꿔야 한다. 설사 악마와도 협상은 해야 한다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충언처럼 원수의 화를 돋우기 위해서라도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유럽 최고의 인문주의자인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뮈스가 권고한 것처럼 필요하면 평화를 사는 결단도 내려야 한다.


 외부 변수는 그 다음 문제다. 외부 변수와의 싸움에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잡으려면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보유하는 것은 필요충분조건이다. 특히 중국을 설득하는 문제에서 그렇다. 독일의 경험을 살려 장래 통일한국이 중국의 국익에 반하지 않고 동북아 질서와 평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데 북한 지렛대가 없어선 안 된다.


 작가 파울로 코엘류는 꿈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에는 네 가지가 있다고 했다. 꿈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것, 꿈을 이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꿈이 실현되더라도 원래의 삶이 흔들리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혁명가 체 게바라의 말처럼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렇지만 가슴 속에는 불가능하다는 꿈을 갖자. 이례적으로 많은 유명인사의 말을 빌린 것은 믿음을 한층 견고하게 하고 싶은 충정 때문이다.

                                                                                    이 글은 내일신문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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